“체리, 경남 대표 과일로 키우고 싶다”
“체리, 경남 대표 과일로 키우고 싶다”
  • 강진성·김귀현기자
  • 승인 2015.06.03 16: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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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체리로 미국산에 도전장 낸 민호식씨
▲ 민호식 합천우리호림영농조합 대표가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를 신청한 체리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한미FTA를 통해 미국산 체리가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국산 체리로 당당히 도전장을 낸 농민이 있다. 합천우리호림영농조합의 민호식(52) 대표가 그 주인공. 진주출신인 민 대표는 2008년부터 합천에서 체리농장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키운 체리가 당도와 크기에서 으뜸이란 뜻으로 일명 ‘킹체리’로 이름 붙였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나선 그는 백화점 등을 대상으로 국산 체리를 알리고 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백화점 관계자들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벌인결과 캘리포니아산 체리보다 맛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체리 불모지인 한국에서 7년째 체리농장을 뿌리내리고 더 나아가 체리 대표 품종인 캘리포니아 ‘빙체리’를 넘겠다는 포부를 밝힌 민대표를 합천 쌍백면 농장에서 만났다.



◇국산체리 호림1호=농장에 들어서자 검붉은 체리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국내에선 익숙하지 않은 과일이라 마치 외국에 와 있는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마침 제주도에서 견학 온 농민들이 신기한 듯 체리를 맛보고 있다.

진주에서 매일 농장을 출퇴근한다는 민 대표가 맛보라며 체리를 건넨다. 아삭아삭한 과육과 단맛이 일품이다. 기자가 직접 나무에서 딴 체리를 당도측정기에 대자 31.2브릭스(Brix)가 나왔다. 수입산 체리가 15~18브릭스 정도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당도가 높다. 수박의 경우 13브릭스만 돼도 ‘꿀수박’으로 불린다.

민대표는 지난 2013년 말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 신청을 했다. 이름은 ‘호림1호(킹체리)’다. 당도나 크기(개당 11~12g)에서 최고라는 의미에서 ‘킹체리’라고 별칭을 달았다.

국내 일부농가가 재배하고 있는 일본 체리품종인 ‘좌등금’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좌등금이 황적색에 앵두와 가깝다면 킹체리는 검붉은 색상으로 미국산 체리에 가깝다. 좌등금은 과피가 얇아 저장성이 떨어지는 반면 킹체리는 단단한 과육이 특징이다. 또 열매가 갈라지는 열과현상도 현저히 적다. ‘호림1호’가 올해말께 품종보호 절차가 마무리 되면 국내 체리품종 1호가 된다.

◇서울생활 접고 체리에 올인=대학때부터 서울생활을 한 민대표는 해외출장에서 체리를 눈여겨 봤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국내에서 키울생각까지 했다. 수소문하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체리나무 변이종에 대해 듣게 된 것. 기존 수입 품종보다 우수한 특징을 가진 변이종을 본 민 대표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결국 체리농사에 모든 것을 걸고 2008년 귀농을 결심했다. 농지 구입과 묘묙 육성에 전재산이 들어갔다. 되돌아 간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타 지자체에서 러브콜도 있었지만 자신의 고향인 경남에서 체리가 뿌리내리 길 바랐다.

영농조합을 만들고 다섯 농가가 체리변종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합천 쌍백면에 위치한 13만2000㎡(4만 평)규모 농장에는 체리 묘목들이 연차별로 식수돼 있다. 이 중 3년차 이상인 묘목에서 체리가 생산된다. 본격적 생산은 6년차 이상이다.

그동안 체리는 시설 비용과 재배 부담으로 인해 농가가 쉽게 선택하지 않는 작물이었다. 그러나 민대표는 포화 상태인 국산 과일 시장의 대안으로 킹체리를 꼽았다. 그는 “킹체리는 과피가 두꺼워 쉽게 무르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열과현상도 적어 비 가림 시설 등이 필요하지 않고 노지 재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편히 먹을 수 있고 휴대가 쉬운 과일을 선호하는 소비트렌드에 체리가 제격이다”고 설명했다.

 

▲ 기자가 직접 딴 체리(호림1호, 일명 킹체리)를 당도 측정기에 대자 31.2브릭스가 나왔다.


킹체리는 5~6월이면 수확이 가능해 7월부터 태풍이 잦은 국내 날씨에도 적합하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농작물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는 점 역시 킹체리 재배에는 호재다. 체리 개화기에 기온 편차가 심해질 경우 과실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도내 기후가 따뜻한데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유지되는 기간이 짧아 체리 재배에 적격이다. 지역 특산화에도 유리하다. 킹체리는 씨 속에 핵이 없어 기술 유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크기와 당도에서 수입산에 앞서지만 민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킹체리의 경쟁력은 ‘신선도’다. 캘리포니아산 체리는 국내 소비자에게 유통되기까지 저장 상태로 최소 5일, 최대 7일이 소요된다. 이와 달리 킹체리는 수확 후 24시간 이내에 신선한 생 체리 상태로 매장에 진열될 수 있다. 이같은 장점으로 현재 킹체리는 서울의 한 백화점과 판매 논의를 하고 있다.

◇“안된다는 말 수없이 들었다…꼭 성공할 것”=접을 붙여 본격적인 체리를 수확하는데까지 5~6년이 걸린다. 민대표는 2008년 합천에 농장을 일구기 시작해 본격적인 수확을 맺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올해다. 총 2800그루 가운데 2010년 이전에 심은 300그루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올해는 800kg가량 수확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6년생 생산에 들어가는 내년에는 5t가량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 년을 생산량 없이 보내는 동안 그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국내에서 체리는 안된다”였다. 민대표는 국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기다림없이 무작정 포기하라는 말에 속을 상한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무슨 체리냐며 부정적인 말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농장에 와보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못한다”며 “보란듯이 성공해 국산 체리를 소비자에게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경남도청 친환경농업과 이종률 계장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다. 민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안된다고 말할때 이종률 계장은 격려를 해 줬다. 궂은 상황에서도 현장을 찾아 자신의 일처럼 살펴줬다. 틈틈이 영농지도를 해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젊은층은 물론 야외활동을 즐기는 중장년층도 찾을만큼 체리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경남에서 킹체리가 뿌리를 내려 대표과일이 되고 많은 농가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킹체리 문의는 합천우리호림영농조합(010-5289-1560)으로 하면 된다.


강진성·김귀현기자 k2@gnnews.co.kr



 

합천군 쌍백면에서 2008년부터 체리농장을 일궈 온 민호식(52)씨가 수확한 체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민씨는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체리품종을 지인으로부터 이어받아 자체육성했다. 호림1호(일명 킹체리)라는 명칭으로 국립종자원에 종자보호등록을 신청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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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아상 2015-06-09 21:56:49
체리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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