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와 메르스
‘페스트’와 메르스
  • 경남일보
  • 승인 2015.06.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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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14세기 유럽에 창궐한 흑사병은 사회구조가 붕괴될 정도로 심각했다. 1340년대에만 2500만명이 이 병으로 죽어 나갔다. 이는 전체 유럽인구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물론 생활패턴까지 바꾸어 놓는 전환점이 됐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유럽의 흑사병에 착안하여 쓴 글이다. ‘류’라는 의사와 신문기자, 신부, 성자를 꿈꾸는 노인 등이 페스트로 도시전체가 폐쇄된 알제리의 도시 오랑에서 펼쳐지는 활약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느끼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가감 없이 표현해 후에 삭막한 실존주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소설의 바탕은 인간애였다.

▶절망의 끝이 결코 비극적이지만은 않음을 카뮈는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소수가 날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절망적 상황에 맞서 나가지만 나중에는 도시전체가 우리가 나서면 이 무서운 재앙도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한데 뭉쳐 마침내 폐쇄된 성문을 열게 된다.

▶의학이 발달한 요즘, 중세의 흑사병과 같은 재앙은 없겠지만 메르스도 분명 재앙이다. 직접 감염된 사람의 고통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간접고통을 받고 있다. 경기가 얼어붙고 정상적인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지만 메르스도 이번 주를 고비로 사그라들 모양이다. 그러나 메르스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카뮈의 페스트에서 오랑은 공무원의 안일한 초기대응 때문에 폐쇄되었듯, 우리의 메르스도 다름 아닌 것을.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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