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문화재 여행] 밀양 재약산 표충사
[경남 문화재 여행] 밀양 재약산 표충사
  • 양철우
  • 승인 2015.06.09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와 유교 공존하는 천년고찰
 
표충사 경내


밀양은 산과 강 들판이 공존하는 풍요로운 고장이다. 낙동강이 빚은 하남평야와 밀양강이 만든 상남평야의 비옥한 토양이 우수한 우리 먹거리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들 농산물들은 전국으로 팔려나가 전 국민 식생활에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밀양에는 1000m가 넘는 고봉이 줄지어 산악군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를 영남알프스라고 한다.

산악의 형세가 유럽의 알프스를 닮았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재약산 억새


영남알프스 산군 가운데 하나인 재약산(해발 1108m) 기슭에 천년고찰 표충사가 자리하고 있다(경남도 기념물 17호).

표충사는 유생들을 교육하고 성현들을 제사하는 표충서원이 사찰영역 안에 있어 불교와 유교가 한 자리에 공존하는 특색 있는 사찰이다.

예로부터 사찰이 있는 자리는 명당이라 하지 않았던가. 큰 산의 정기를 한 몸에 받은 표충사는 오랜 세월동안 고승들이 머물다간 고찰이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표충사에는 이미 짙은 녹음이 깔렸고 일주문을 지나 상수리나무 숲을 걷고 있으면 울창한 숲 사이로 햇살이 문득문득 나타났다 사라진다. 가뭄이 어느 때 보다 심한데도 바위틈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절 마당에서 올려다보면 천황산과 재약산이 병풍처럼 표충사를 에워싸고 있으며 계곡에 흐르는 물은 약수로 불리기도 한다. 산 형세를 보면 재약산 수미봉 방면은 층층폭포에서 흑룡폭포로 계곡물이 이어지고 천황산 사자봉 방면은 금강폭포로 계곡물이 흘러내려 표충사 일주문 앞에서 합수한다. 신라 무열왕 원년(65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죽림사(竹林寺)라 한 것을 신라 흥덕왕 때부터 영정사(靈井寺)라 하였고 1839년(헌종 5년)에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국난을 극복한 서산, 사명, 기허대사를 모신 표충사당(表忠祠堂)을 이곳으로 이건(移建)하면서 절 이름도 표충사(表忠寺)가 되었다. 표충사는 신라시대 때부터 고려시대까지 보우국사(889), 삼국유사 저자인 일연국사(1286), 천희국사(1290)가 선풍을 관장하여 일국의 명찰이 되었다.


 
표충사 심층석탑


표충사 경내에는 보물 제467호인 삼층석탑이 있다. 기본적인 양식이 통일신라시대의 석탑과 같은 단층 기간의 삼층석탑이다. 이 탑의 조성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신라 흥덕왕 4년(829년)에 인도의 황면선사가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가지고 와서 탑을 세웠다고 한 것으로 볼 때 이 시기로 추정하고 있다. 1998년 탑을 해체 복원하는 과정에서 금동불상 39점과 명문지석 등이 발견돼 현재 표충사 호국박물관에 소장 전시하고 있다. 천년 세월동안 천황산을 바라보면서 우뚝 서 있는 삼층석탑은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들어 면서 표충사의 수호신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표충사는 이 석탑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절 집이 배치돼 있어 더욱 아름답다. 대광전 맞은편 우화루는 부처님이 득도하셨을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마루 위에 앉아 계곡의 신록을 즐기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불교의 가르침 중 하나는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은 소유에서 비롯된다고 하는데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데….

표충사 호국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인데 표충사에서 전래해 오던 유물들과 사명대사의 유품들을 수집 전시 해 놓고 있다. 소장 유물의 대부분은 사명대사의 유품들인데 대표적인 유물로는 국보 제75호 ‘표충사청동은입사향완’이다. 고려시대 향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이며 고려 명종 7년 (1177년)에 제작된 것이다. 이밖에도 사명대사의 유품으로 국가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사명대사의 가사와 장삼 목탁 염주 발우 호신용 칼 등을 소장하고 있다. 표충사에서 간행한 사명대사 문집 책판류와 표충사관련 고문서, 임진왜란 공신록, 임진왜란 포로송환문서, 사명대사 일본상륙행렬도등 진귀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표충사를 둘러본 뒤 머리를 식힐 겸해서 얼음골을 함께 찾아볼 것을 권한다. 얼음골은 표충사에서 자동차로 10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천연기념물 224호인 이곳은 한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밀양의 신비를 만날 수 있다. 3월 중순부터 바위 틈새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해 더위가 심해질수록 얼음이 더 많아지는 데 삼복(三伏)에 절정을 이룬다. 반대로 가을부터 얼음이 서서히 녹아 겨울철에는 얼음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난다. 한여름에 얼음이 어는 신비를 간직한 얼음골은 해발 1108m의 재약산 북쪽 중턱 해발 700m지점의 노천계곡에 있다. 면적은 12만여 ㎡에 달한다. 얼음골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국내외 학자들이 최첨단 장비를 동원했지만 여러 가설만 제시했을 뿐 아직 정설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얼음이 어는 바위틈은 여름 평균 기온이 섭씨 0.2도 이며 계곡을 흐르는 물은 평균 4∼8도로 웬 만큼 참을성이 있는 사람이라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2분 이상 견디기가 어렵다.

양철우기자 myang@gnnews.co.kr


 
재약산 층층푹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