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46)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46)
  • 경남일보
  • 승인 2015.06.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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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경남지역의 문인 등단50주년 기록자들(15)
김춘수는 1959년 시집 ‘꽃의 소묘’와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을 이어 냈는데 ‘꽃의 소묘’에 실려 있는 그의 시 ‘꽃’은 김춘수를 김춘수이게 하는 결정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조금 후 그는 동구의 민주화 함성에 귀를 기울이고 1960년 3월 15일 3.15의거에 참으로 소중한 시편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를 발표한다. 이 점에 대해 시론가들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잠시 거기 있다가 김춘수는 바로 ‘무의미시’로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김춘수는 체질이 순수시이므로 참여시나 비판시를 쓴다고 하여 그의 얼굴일 수 없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3.15나 4.19쪽의 역사를 되새길 때 김춘수는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필자가 본 바로는 김춘수의 시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가 3.15와 4.19혁명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첫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김수영의 시보다 앞서고 정공채, 이주홍보다도 앞서고 박봉우, 이한직, 박목월, 김용호보다도 앞선다. 이 점만 가지고도 김춘수는 놀라움의 대상일 수 있다. 김춘수가 3.15의거가 있고 난뒤 13일 뒤인 1960년 3월 28일자 부산에서 발행되던 국제신보에 ‘마산사건에 희생된 소년들의 영전에’라는 부제를 달고 그 작품이 발표되었다. 서울에서 나오는 신문들도 아직 동조하지 않았고 여타 지역의 신문들도 깜깜이로 있을 때 항구도시 부산의 한 신문이 깃발을 든 것이다. 이때는 아직 자유당 정권이 엄존하고 있을 때이므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탄을 무릅쓰고 김춘수는 장미와 구름과 꽃을 노래하는 그 필치로 결행을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김춘수는 놀라운 일을 했다. “남성동파출소에서 시청으로 가는 대로상에/ 또는/ 남성동파출소에서 북마산파출소로 가는 대로상에/ 너는 보았는가......뿌린 핏방울을,/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 선연했던 것을......../ 1960년 3월 15일/ 너는 보았는가......야음을 뚫고/ 나의 고막도 뚫고 간/ 그 많은 총탄의 행방을.....”

이 시의 문맥이 당시의 젊은 시인들에게 전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있었는데, 그 구절은 “너는 보았는가 뿌린 핏방울을/ 너는 보았는가 총탄의 행방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 발표된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의 “동포의 눈시울에 흐를 것인가,/ 흐를 것인가 영웅들은 쓰러지고 두 달의 항쟁 끝에 / 너를 겨눈 같은 총부리앞에‘ 네 아저씨와 오빠가 무릎을 꾼 지금/ 인류의 양심에서 흐를 것인가” 같은 구절은 당시 신춘문예나 신인 당선시에서 자주 전이가 되어 나타났다.

김윤식 교수는 ‘3.15기념시선집’ 말미의 평에서 60년대 ‘3김’ 곧 김수영, 김춘수, 김종삼이 모더니즘에 침윤되어 있다가 이 시대를 만나면서 시대적인 현실로 굴절되는 것에 대해 주목한 바 있다. 시대 역사적인 입장에 서게 된 것을 김윤식 평론가가 하나의 경계넘기로 본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김춘수의 과도기적 변신은 단순한 변신이 아니라 시인이 갖는 본질에의 일시적 합류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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