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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생의 흔적을 가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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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8  20: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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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케이크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생의 흔적을 가늠


<생일케이크> -김영빈(1974∼)



아무도 못살 것 같던 척박한 땅에서

초가 수북하게 꽂힌 생일케이크를 만났다.

어둠이 해를 끄고 반딧불로 불을 붙이면

저들만의 생일잔치가 벌어지겠지.

치열했던 생의 흔적을, 초의 개수로 짐작해 본다.



시인의 기발한 포착으로 인해 올 봄, 지상에 불 밝힌 클로버에서 생의 흔적들을 가늠해 본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 보세요, 어머니!’ 여든세 개의 초를 꽂는 동안 반딧불이 같은 희미한 얼굴들이 모여든다. 오랜 세월 협곡을 지나온 것이 틀림없어. 툭툭 불거진 관절이 이를 대변하고 있는 요양원 사람들. 혹, 생일케이크에 초를 꽂은 유래를 아시는가. 13세기경 유아사망률이 높았던 독일의 ‘긴다 페스티’라는 아이 생일날. 나이보다 하나 더 많은 양초를 종일 켜놓았다가 저녁식사 때에야 끄게 해, 한 해라도 더 오래 살라는 마음을 기원했던 것이다. 부모의 자식사랑이다. 치열했던 기억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그들에게 안녕을 당부하고 돌아오는 길 위에서 클로버의 꽃말에 새끼손가락을 걸어본다. ‘다가올 봄을 (약속)해요 우리….’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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