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숲산책-'탓'만 하는 세상
◈말숲산책-'탓'만 하는 세상
  • 허훈
  • 승인 2015.06.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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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숲산책-'탓'만 하는 세상


눈만 뜨면 ‘탓 타령’이다. 지난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도 그렇다. 특히 정치권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강하게 질타하며 ‘탓’의 강도를 높인다. 국민들은 한술 더 떠 정부와 정치권을 싸잡아 ‘탓’한다. 한 표, 한 표의 주권을 행사해 정치 주도권을 쥐어주고서도 마뜩잖은 심정을 ‘탓’으로 쏟아낸다. 그 탓에 ‘덕(덕분)’이란 미덕은 꼬리를 내리고 만다. 이쯤 되니 ‘잘되면 제 복 못되면 조상 탓’이란 속담이 떠오른다.

무슨 일을 해나가는데 있어 ‘탓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탓’이 넘쳐나기에 문제다. 덕도 많은 데도 말이다. 사실 ‘탓’보다는 ‘덕’이 많아야 사회가 아름다워진다. ‘덕’은 베풀어준 은혜나 도움을 뜻하고, ‘탓’은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을 뜻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덕분에 대학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라고 하면 듣는 선생님은 기분 흐뭇할 것이고, 말하는 제자는 마음 개운할 것이다. ‘제가 잘된 것은 모두 형님 덕분입니다.’라 하면 형과 아우의 우애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기분 좋을 말인 ‘덕’보다는 ‘탓’을 먼저 내세워 남의 탓으로 돌리려고만 하는 바람에 탈이 생긴다.

모든 걸 ‘내 탓, 네 덕’으로 여기면 일이 수월하게 잘 풀릴 것을, 늘 ‘네 탓, 내 덕’ 타령으로 서로 얼굴 붉히고 감정 상한다. ‘탓’보다는 ‘덕’, ‘네 탓’보다는 ‘내 탓’, ‘내 덕’보다는 ‘네 덕’이 넘치도록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 세상사 ‘내 탓이오, 네 덕이오.’ 마음가짐이라면 살맛날 텐데도, 오늘도 ‘탓 타령’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의 탓, 너의 덕’이 회자되는 세상은 정말 요원한 일일까.

허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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