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지방대학 정책, 아직도 미로(迷路)를 헤매는가
[경일시론] 지방대학 정책, 아직도 미로(迷路)를 헤매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5.06.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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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정부 국정과제 중의 하나가 교육개혁이며, 교육개혁의 중심에 지방대학 살리기가 자리잡고 있다. 지방대학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오래간만에 접하는 반가운 정책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정부의 지방대학 살리기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위기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정원과 지원자 수가 역전되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의 위기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입학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고,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다수의 지방대학들은 조만간 존립 위기에 직면할 것이 확실하다. 살아남는 대학들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대학들 역시 시차를 두고 어려운 처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지역경제와 사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의지가 효과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그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부실한 대학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재정상태가 열악한 중소 대학은 구조조정을 통한 특성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대학들은 당연히 공익적 가치의 충족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부실한 운영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대학은 어차피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며, 이런 대학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둘째,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 고등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 없이 지방대학의 노력만으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당장 지역 인재 채용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역의 인재를 지역 스스로 육성하고, 그 인재들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방정부, 기업, 대학들이 협력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기업들이 지역 인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지역 인재 채용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또한 수도권 대학들은 양적 팽창보다 질적 발전에 집중하고, 지방대학들은 특성화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도권 대학들의 무분별한 양적 팽창과 편입학은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셋째, 지방대학도 거점 대학과 중소 대학을 구분해 기능과 역할이 분담되도록 정부의 지원방법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거점 대학은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전공분야를 육성하고, 중소 대학은 구조조정을 통한 특성화를 촉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발전 잠재력이 높은 지방대학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명확한 목표를 세워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 하나의 예로 지방대학들의 글로벌화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육여건과 역량이 잘 갖춰진 지방대학들이 우수한 외국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고등교육 산업의 글로벌화에 나설 수 있도록 유학생 유치 할당제를 도입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지방대학 정책은 비전과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기준도 수시로 흔들려 일관성이 없다. 비전이 없는 정책은 전략이 없는 전투와 같다. 지방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안이한 발상의 당연한 결과이며, 출구가 없는 미로를 헤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방대학 살리기를 위한 명확한 방향 설정과 정책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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