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벼랑의 삶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벼랑의 삶
  • 경남일보
  • 승인 2015.06.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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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의 삶 -나석중(1938∼)

장하다, 벼랑의

틈 하나 놓치지 않는

삶, 눈물겹고나



어떤 안간힘의 기척이 단번에 느껴지는 건 왜일까. 수직 형식을 갖추었으니 저 가파른 지형을 벼랑이거나 아니면 절벽이라 해도 좋겠다. 시인의 발걸음이 당도한 지점은 어디였을까. 허공을 거처삼아 아찔한 중심을 잡고 버팅기는 애기똥풀이었다가 벼랑의 입장으로 순간 이동한다. 균열로 발생한 제 몸의 일부를 열어 누군가에게 ‘뿌리의 방’이 될 줄 알았겠는가 말이다. 삶은 이다지도 예측불가임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디카시에서 생명에의 외경과 존엄성을 인식하게 된다. 자연도 마땅히 부여받은 삶이 있으니 말이다.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저 벼랑의 삶에서 급정지된 시인의 걸음. 마침 후끈한 바람 한 점, 시인의 움츠린 등을 어루만지며 언덕을 오를 때 툭 터지는 소리 있으니. “삶, 눈물겹고나 눈물겹고나….” 저만치 낯 그림자 하나 따라붙는 듯하다.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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