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종이컵
김미옥 시인
마른 입술 한번 적셔주고
끝나는 생이지만
미련 같은 건 키우지 않습니다
살가운 입맞춤의 한 순간이
내 생의 절정
장식장 높이 앉아
속절없이 늙어가는
금박무늬 잔도 부럽지 않습니다
짧은 사랑이라고
안타까워하지도 않습니다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몸 쉽게 준다고 나무라진 마세요
그 한 분 외에는
몸도 마음도 준 적 없습니다
단 한 사람
단 한 번의 입맞춤을 위해 태어났으니까요
따스했던 기억만으로 떠날 수 있게
절 보내주셔도 됩니다
*무작위로 징발된 선택에서도 인과의 조합은 깊은 사랑을 허락했고 맨살의 첫 경험은 비명을 안으로 삼켰다. 체액이 내 몸을 핥는 동안 격정의 정점에서 감동은 온기로 데웠고 서로는 거룩히 스며들었다. 지금. 주저의 손끝에서 아랫도리 뻐근히 구겨지는 찰나지만 짧은 생애 당신이었기에 충분하였다.(주강홍 시인)
김미옥 시인
마른 입술 한번 적셔주고
끝나는 생이지만
미련 같은 건 키우지 않습니다
살가운 입맞춤의 한 순간이
내 생의 절정
장식장 높이 앉아
속절없이 늙어가는
금박무늬 잔도 부럽지 않습니다
짧은 사랑이라고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몸 쉽게 준다고 나무라진 마세요
그 한 분 외에는
몸도 마음도 준 적 없습니다
단 한 사람
단 한 번의 입맞춤을 위해 태어났으니까요
따스했던 기억만으로 떠날 수 있게
절 보내주셔도 됩니다
*무작위로 징발된 선택에서도 인과의 조합은 깊은 사랑을 허락했고 맨살의 첫 경험은 비명을 안으로 삼켰다. 체액이 내 몸을 핥는 동안 격정의 정점에서 감동은 온기로 데웠고 서로는 거룩히 스며들었다. 지금. 주저의 손끝에서 아랫도리 뻐근히 구겨지는 찰나지만 짧은 생애 당신이었기에 충분하였다.(주강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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