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장인(匠人)이 만드는 배
[농업이야기] 장인(匠人)이 만드는 배
  • 경남일보
  • 승인 2015.06.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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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봉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수출농식품연구과 과수담당 박사)
매화가 지면 산허리와 들녁에는 배꽃이 하얗게 피어오른다.

배꽃은 뽐을 내기보다 은근히 다가오는데, 봄 시샘으로 그 자태를 잃어버리곤 한다. 매년 4월 상순이면 늦서리가 배꽃에 내려앉아 암술과 씨방을 까맣게 만들어 못 살게 하니 새벽에 바람을 일으켜 서리가 배꽃에 오지 못하도록 방상팬을 돌려서 배꽃을 지켜줘야 한다. 이 무렵 벌들이 꽃을 찾아 수정을 하고 벌이 미덥지 못하면 과실이 안정적으로 달리도록 농부는 꽃가루를 배꽃에 뿌려주기도 한다.

배꽃은 한 개의 꽃눈에서 9개 정도 꽃을 피우는데 모두 과실이 달렸다면 대략 세 번째 또는 네 번째 핀 꽃의 열매를 남겨두고 솎아내야 한다. 모양이 좋고 큰 과실을 만들려고 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다. 열매를 솎아내면 병과 해충의 피해로부터 과실을 보호하기 위해 봉지를 씌운다. 배는 물이 필요할 때 물을 공급해줄 수 있고 또 비가 많이 와서 땅속에 물이 많이 있을 때 물이 잘 빠지도록 해주어야 크고 맛있는 배가 만들어진다.

필요할 때 물을 공급해주는 관수시설과 비가 오면 물이 잘 빠지게 하는 암거시설은 중요한 요인이다. 햇빛을 많이 받는 나무는 맛있는 배를 만들어 낸다. 하늘은 과수원에 햇빛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지만, 배나무에 보내주는 햇빛은 과수원에 따라 사뭇 다르다. 수확량에 욕심이 있어 배나무를 좁게 심으면 잎이 햇빛을 많이 보지 못하여 작은 과일과 맛없는 배가 생산된다. 햇빛을 잘 받도록 넓게 심겨진 배나무는 큰 과실과 맛있는 배를 만든다. 햇빛을 잘 받는 나무를 만들기 위해 겨울에는 속에 있는 가지와 과실 생산에 그다지 필요 없는 가지를 자르는 전정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틈틈이 최신 정보를 교환하고 고급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교육도 열심히 받는다.

맛있는 배 생산에는 겨울철 전정 잘하기, 지베렐린 사용 안하기, 땅속 물관리 잘하기, 햇빛 잘 받도록 나무 심기 등이 핵심 작업으로서 다른 비결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비법이 있다면 교육을 통하여 고당도 배 생산 기술을 나누고 실행하는 길뿐이다. 이렇게 하여 맛있는 배를 만드는 농업인을 장인이라 부르고 싶다. 배 재배면적은 매년 많이 줄어들고 있다. 배는 명절이나 조상님께 드리는 과일로 인식되어 있으며, 자주 사먹는 과실도 아니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아삭하면서 단맛의 즙이 시원하게 넘어가는 그 맛으로 즐기던 배는, 소비자들이 점차 멀리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맛있고 먹기 간편한 수입과일을 선호한다. 젊은세대와 노년세대 모두 과일은 맛이 있어야 사먹는다고 한다. 맛있는 배를 바구니에 기꺼이 담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면, 장인이 혼을 불어 넣은 과실일 것이다. 소비자는 과일의 필수 선택 기준을 맛이라고 한다.

김영봉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수출농식품연구과 과수담당 박사)

 
김영봉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수출농식품연구과 과수담당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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