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48)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48)
  • 경남일보
  • 승인 2015.06.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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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경남지역의 문인 등단50주년 기록자들(17)
김춘수에 이어 박경리(1926- 2008) 소설가가 등단 53년을 기록했다. 1945년 20세때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 후인 1955년에 월간 ‘현대문학’에 단편 ‘계산’이 김동리 추천으로 발표되어 등단이 되었다. 박경리는 통영 명정동에서 태어나 통영초등학교와 진주여고를 다녔다. 1957년 ‘불신시대’, 1959년 현대문학에 장편 ‘표류도’에 이어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파시’등을 발표했다.1969년 9월부터 25년간 장편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여 제2회 한국여류문학상, 6회 호암예술상 등을 받았다.

평론가 김윤식은 2008년 5월 7일자 한겨레신문에 대작 ‘토지’에 대해 독후감을 실었다. 그 요지를 적어본다. “대한제국 원년(1897)부터 8.15 광복에 이르기까지 지리산 자락 평사리 최참판댁과 그 주변의 운명을 다룬 이 소설을 읽는 데는 아무리 날랜 독자라도 보름쯤 걸리지 않을까 싶소. 16권의 분량도 압도적이지만 각권마다 고유하게 갖고 있는 역사적 무게와 이를 견디며 살아가는 인간의 숨소리가 일사천리로 읽을 수 없게 자주 훼방을 놓기 때문이오.”하고 서두를 꺼낸다.

김윤식은 그 훼방놓기의 유형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구한말의 역사가 갖고 있는 신분계층이고 다른 하나는 신분제를 싸고 어려운 싸움이 벌어지는 도중에 또다른 훼방꾼이 등장했다. 그것이 막강한 힘으로 들어오는 일제였다는 것이다. 김윤식이 주목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최참판댁 당주 석운 최치수를 방문한 동문수학 이동진이 “석운, 자네는 물론 양반이기는 해도 선비는 아니야”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때 독립운동을 위해 압록강을 건너려는 이동진에게 최치수는 “자네가 강을 넘으려는 것은 누구 때문인가? 백성인가, 군왕인가?”하고 다그쳤다. 선비 이동진은 친구 최치수에게 “백성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군왕이라고 하기도 어렵네. 굳이 말하라면 이 산천(토지)을 위해서라고나 할까.” 김윤식은 이 대목에 소설 ‘토지’의 참주제가 걸려 있다고 보았다.

‘토지’의 주제는 제목이 말하는 토지, 곧 산천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소설을 읽는 동안 최참판댁의 영고성쇠를 보고,무당의 딸 월선이가 아름답고 불쌍하고, 악녀 귀녀의 스캔들이 기막히고, 악당 김평산이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고, 동학당 김개주의 아들 구천이가 눈물겹고, 김길상의 인생이 허무하고, 최서희의 이재가 능란무비 눈이 부셨다. 또 진주 기생으로 온 봉순이의 인생이 너무 아프다. 그러나 주제는 이들 이야기 속에 있지 않았다. 필자도 동감 동의했다.

경상대학교 교육평가단 일원으로 경상대학교를 1990년대 중반쯤 방문했던 강원대학교 A교수는 사석에서 필자에게 “진주를 올 때 너무나 설레었습니다. 촉석루 때문도 아니고, 남강 때문도 아니고, 단지 내게는 토지의 봉순이가 진주땅에 와 절절이 눈물을 흘렸던 그것 때문에 진주에 오고 싶었습니다.” 하고 말했다. 필자는 A교수의 손을 봉순이 대신에 꼭 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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