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대학의 가치 - 화이부동
[아침논단] 대학의 가치 - 화이부동
  • 경남일보
  • 승인 2015.07.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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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 법학과 교수)
메르스 사태로 불안한 상황에서 기말고사를 치르고 여름방학을 시작하는 지금 자율성과 다양성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대학을 바라보면서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화이부동은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는 공자의 말씀에서 나온 것이다. ‘화이부동’이라는 말은 조화를 추구하지만 모두가 똑같아지도록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조직이나 공동체를 위하여 서로 화합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철학이나 원칙을 바꿔가면서까지 조화하거나 다른 사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공존의 철학으로서, 시류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입장이나 견해가 있지만 각자의 개성이나 취향을 존중하면서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는 ‘다름의 미학’의 극치이다.

그에 비해 ‘동이불화’는 같음만을 추구하고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강요한다. 조직이나 단체에서 ‘하나 됨’을 외치지만 자신의 개인적 이익 앞에서는 평소 공동체 내에서 보여주었던 자신의 철학이나 원칙을 접어두고 구성원들과 불화한다. 조직의 본래의 목적이나 가치는 사라지고 일사불란만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한다.

이처럼 같음만을 추구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동이불화’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정치권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당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해당행위라고 하고, 대학에서조차 대학 내의 문제를 거론하면 해교행위라고 한다. 조직의 통합이나 화합도 중요하지만, 같음만을 추구한다고 해서 조직이 발전하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의견을 수용하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조직이 내부적으로 더 탄탄해지고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회도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건전한 사회, 경쟁력 있는 국가의 바탕은 교육이다. 특히 대학은 심오한 학문연구와 교육을 통하여 지성과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학문의 전당이다. 대학의 건전한 발전이 곧 지역사회와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자율성을 토대로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대학의 고유한 기능을 염두에 두고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불황과 청년실업의 심각성으로 인해 교육부와 각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는 학문연구와 진리탐구라는 다소 추상적인 가치에서 어느새 취업률 증대라는 현실적인 가치로 옮겨진 것 같은 느낌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취업이 잘되는 학교, 취업률이 높은 학과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취업이 대학교육의 최고의 덕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서로 자신만의 개성과 특징이 있듯이 대학의 모든 전공은 각각의 특성을 지니며 대학은 이러한 다양한 전공들로써 하나의 전체를 이룬다. 취업에 약한 학과라 할지라도 지원하고 육성해 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균형 있는 학문의 발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묻혀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화이부동의 철학이 통할 때 창의력과 경쟁력을 지닌 인재가 양성되고, 우리 사회에도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추구하는 화이부동의 가치가 정착될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 법학과 교수) 아침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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