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다솔사 솔숲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다솔사 솔숲길
  • 곽동민
  • 승인 2015.07.06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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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솔 숲길 따라 이야기가 '솔솔'
 
다솔사 입구 솔숲에 있는 어금혈 봉표


◇치유와 재생의 소나무 숲길

30여년 전, 시외버스를 타고 처음 다솔사에 왔을 때 그 아름다웠던 이미지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도열한 채 맞아주는 모습, 숲길 한켠 사람들을 외셔 선 채 사랑의 결실을 맺은 연리지의 애틋한 모습, 어금석에 얽힌 얘기, 그리고 만해 선생과 작가 김동리의 문학의 산실이 되기도 했던 안심료 등 숲길을 걸으면서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숲과 다솔사에 얽힌 내력을 되새기면서 걷노라면 모든 시름을 잊고 뇌리엔 솔숲에 이는 바람과 새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일상이 나를 힘들게 할 때면 훌쩍 다솔사를 찾는다. 그리고 새로 조성된 물고뱅이마을 둘레길을 걸으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선물을 얻은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는 개운해진다. 다솔사 숲길과 물고뱅이마을 둘레길, 가슴 깊은 곳에 아픔을 가진 이에겐 치유의 길이고, 절망 속에 헤매는 사람에겐 재생의 숲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힐링 여행 코스로 권하고 싶다.



◇근대문학의 산실 다솔사 안심료

<문둥병에 걸린 여인은 마을 사람들을 피해 기찻길 다리 밑에 토막을 짓고 그곳에 거처하며 아들 술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날을 보낸다. 마을 근처에 복을 빌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복바위가 있음을 안 여인은 매일 사람들의 눈을 피해 복바위에 가서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원했고, 바위를 갈기 시작한 지 보름만에 여인은 그리던 아들을 만난다. 그러나 아들은 다시 돌아오겠다며 떠난 뒤 소식이 없다. 아들을 더욱 그리워하게 된 여인은 다시 복바위를 갈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뭇매질을 당한 뒤, 장터를 헤매던 여인은 아들이 징역살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쳐 다시 복바위에 간 여인은 자기의 토막이 불타고 있음을 목격하고 복바위를 안은 채 숨을 거둔다.> -김동리의 소설 ‘바위’의 줄거리-



 
층층이 돌을 쌓은 보안암 석굴 모습


작가 김동리의 소설 ‘바위’는 다솔사 근처의 봉계마을을 배경 무대로 삼아 썼으며, 다솔사 안심료에 머물 당시 만해 선생과 작가의 백씨가 분신 공양을 한 승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은 김동리 선생이 마음 깊이 담아두었다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소설 ‘등신불’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안심료는 시집 ‘님의 침묵’으로 널리 알려진 만해 한용운 선생이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항일결사단체인 ‘만당’을 결성하여 독립운동을 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솔사는 근대문학의 산실이면서 독립정신과 민족의식이 배어있는 사찰이다.

◇ 소나무숲 길섶에 새겨놓은 역사

‘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이름처럼, 다솔사로 오르는 길 양옆으로는 군사들이 사열을 받는 것처럼 하늘 높이 뻗은 소나무들로 빽빽하다. 사철 푸른 소나무 숲길은 일상에 찌든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이면서 힐링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다솔사 숲길을 오르다 보면 오른쪽에 ‘어금혈봉표(御禁穴封表)’라는 글이 새겨진 큰 바위를 만난다. 다솔사 주변 지역이 풍수지리상 발복의 기운이 성한 곳이라 해서 1890년 고종이 어명으로 이곳에 무덤 쓰는 것을 금지한 표석이다. 이처럼 명당자리라 할 수 있는 곳에서 트레킹을 하면 명당의 기도 받아갈 수 있고, 힐링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행운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차장 아래쪽엔 머리가 잘린 흔적이 있는 장군석이 우람하게 서 있다. 다솔사와 지금은 폐사된 서봉사는 서로 힘겨루기를 자주 했는데, 어느 날 서봉사 스님 한 분이 힘(武) 자랑을 하는 다솔사의 기를 꺾기 위해 장군석의 목을 쳐버리자, 다솔사 스님들이 서봉사 뒷산에 있는 붓모양의 돌을 깨 부숴 버렸다고 하는 전설이 남아있는데, 직접 가서 확인해 보면 장군석엔 머리가 잘려서 다시 붙인 흔적이 남아있고, 봉암산 꼭대기엔 붓처럼 생긴 바위가 부서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솔사 주차장 가장자리에 삼나무 고사목이 한 그루 있다. 말라서 죽은 모습도 위풍당당하다. 밑동 부분은 속이 텅 비어 있는데 연인이 함께 그 안에 들어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부부가 함께 들어가면 금슬이 좋아진다고 한다.



 
전설 속 장군석의 당당한 모습


◇피톤치드의 보고, 물고뱅이마을 둘레길

다솔사를 지나 물고뱅이마을 둘레길에 들어서면 소나무숲길이 내방객을 맞이해 준다. 호젓한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상쾌하다. 물고뱅이마을 둘레길은 전체 12km, 4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힘이 부치는 사람은 보안암까지만 가거나 서봉암과 물고뱅이마을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나오는 곳까지만 가서 되돌아오면 된다. 특히 보안암에는 돌로써 지붕을 쌓아놓은 석굴이 있고, 보안암에서 20여 미터만 내려가면 시루떡을 포개놓은 듯한 시루바위가 있다. 다시 둘레길로 접어들면 돌탑 여러 기가 활짝 길을 터주는 모습으로 서 있다. 봉명산에서 이명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에서 도로를 건너 무고리 쪽으로 난 길을 걸어가면 피톤치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편백나무 숲길이 반겨준다. 편백 숲길이 끝나면 그때부터 10여분 정도 땡볕 길을 걸어서 만점 마을을 지나 다시 봉명산으로 접어드는데, 초입에 ‘님의 침묵’을 새겨놓은 만해 선생 시비가 있다. 다시 편백나무 숲으로 나 있는 오르막길을 오르면 처음 올라왔을 때의 길을 만난다.

물고뱅이마을 둘레길은 트레킹을 하는 사람에 따라 거리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2시간에서 5시간까지 자신의 힘에 맞춰 즐겁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소나무숲에서 풍기는 향긋한 냄새와 편백나무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온몸 가득 머금고 온다면 며칠 동안은 몸과 마음이 솔향기로 그윽해짐을 느낄 수 있다. 진주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쉽게 갈 수도 있고, 트레킹을 하는 동안 만나는 전설과 역사를 통해 내면의 키를 키우고 영혼을 맑게 할 수도 있는 곳이라 힐링 여행지로 강추하고 싶다.

박종현(시인)

 
울창한 소나무 숲길의 물고뱅이 마을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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