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幼木)
어린 사과나무 가지에 무거운 돌을 매달면 튼실하고 당도 높은 과실이 열린다네
봉제공장 순이, 신발공장 금자의 눈물은 동생들 학비에 아버지의 소가 되었지
공중에 떠 있는 돌덩이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의 보법을 온몸으로 견뎠을 돌의 감정이 소슬하게 전해지는 모년 모월. 계집애가 뭔 공부를 하냐며, 당치도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꿈을 접은 채 단단한 눈물방울 꿰차고 아버지의 소가 되었던 순이랑 금자는 70∼80년대 당시, 나라 경제성장과 가정의 밑거름이 된 이름들이기도 하다.
지금은 도처 자식농사 보란 듯이 지어놓고 차마 못다한 공부에 용기를 내어보기도 하는, 그러니까 꽃눈이 잘 생기도록 어린 나뭇가지의 각도를 잡아주는 저 무게의 힘이야말로 튼실하고 당도 높은 과실이 열리는 까닭이었던 것이다. 가을이 오면 알알이 영근 사과 한 아름으로 이 땅의 그니들에게 안겨주고 싶어지는, 가슴께 묵직한 오후다.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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