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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21> 순창 책여산바위 얽힌 이야깃거리 풍성…치솟은 바윗길에 조심조심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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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09  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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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적성강과 평야, 뒤로는 남원백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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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한가운데 위치한 신월마을과 적성강(섬진강)


태고 적부터 차곡차곡 쌓인 지층이 굳어져 시루떡 같은 암석지층이 됐고 이것이 지각변동에 의해 강한 횡압력을 받으면서 지상으로 약 60∼70도까지 들어 올려져 있다. 어떤 곳은 90도 이상 들려 납작한 바위가 반대편으로 넘어진 것도 있다. 들린 반쪽은 섬진강의 오랜 풍화작용에 쓸려 평야가 됐고 반대편은 완만한 산 사면을 이루고 있다.

바위가 많아 자연적으로 형성된 일명 금돼지굴, 마귀할멈굴 등 굴이 많고 무량사 인근에는 높이 8m짜리 화산옹바위가 있다.

사람들은 이 산을 책을 닮았다고 해서 책여산이라고 부른다. 정확하게 말하면 산 정상 주릉을 따라 길게 발달한 바위 띠가 책을 겹겹이 쌓은 것처럼 보여 그렇게 부른다. 곱게 빗은 여인의 머리에 비녀를 꽂은 것 같아 채계산, 섬진강 상류인 적성강이 휘돌아 흘러 적성산으로도 불린다.

책여산 산행은 책을 닮은 날카로운 바위 위를 곡예사처럼 밟고 가는 산행이다. 경치 좋은 낭떠러지에 서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오금이 저린다. 낭떠러지 풍경을 온전히 보려면 엎드린 채 고개만 내밀어야 한다.

순창 적성면과 남원 대강면 일원에 위치한 해발 342m의 산으로 회문산, 강천산과 더불어 순창 3대 명산으로 꼽힌다. 300m의 낮은 산이지만 1000m급을 능가하는 아찔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석산이다.

직벽 아래에는 전남 신안과 동해 울산을 잇는 24번국도가 가로질러가고 북서쪽에 섬진강(적성강)이 흐르고 그옆에 기름진 평야가 펼쳐진다. 우리 고장 와룡산과 비슷한 느낌이다.

▲등산로는 들머리 적성교서부터→무량사→주능선 갈림길→금돼지굴(회귀)→ 당재→순창 책여산(송대봉정상)→괴정교→암릉지대→남원 책여산→서호마을까지 7.5km에 5시간이 소요된다.

▲전남과 동해를 잇는 24번국도 적성면사무소 앞을 지나 적성교 끝부분이 산행들머리다. 초입에 많은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내달려 초행길인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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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옹바위


오전 9시 20분, 무량사 입구 갈림길에서 산으로 오르면 오른쪽에 신비한 전설을 간직한 8m 높이의 화산옹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는 한해 농사의 길흉을 색깔로써 예견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적성현에 농사가 시작될 즈음 바위의 색깔이 변했는데 희고 아름답게 보이면 풍년이, 검고 탁한 색이면 흉년이 들었다. 또 큰 불이 나거나 전염병이 창궐한 해에는 파란색을 띠었고 전쟁과 천재지변이 닥치면 붉은 색깔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다.

마치 늙은 할아버지의 모습인데 유독 오른쪽 팔 부위가 떨어져 나갔다. 전라병사 김삼용이 아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화산옹에 예를 갖추지 않고 지나가자 그의 애마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죽는다. 격분한 김삼용이 칼로 화산옹의 팔을 잘라버렸다. 이후 바위의 예지력도 사라지고 적성현도 폐현됐다 한다.

오름길의 경사가 급하지만 등산로는 비교적 잘 나 있어 오르기가 수월하다. 주능선 갈림길에 올라선다.

왼쪽이 진행해야 할 책여산 방향이지만 취재팀은 오른쪽으로 금돼지굴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금돼지굴봉은 암릉으로 된 봉우리. 산정에 ‘하양 허씨’묘가 있고 봉우리 아래에 굴이 있다.

금돼지굴 사연은 요즘으로 치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허무개그쯤 된다. 부인이 가끔 행방을 감추는 이상한 일이 발생하자 적성원님이 부인의 치마에 명주실을 달아놓았다. 비바람 몰아치던 어느 날 부인이 사라졌고 명주실을 따라가 확인한 결과 책여산 부근 굴에서 금돼지가 부인을 희롱하고 있었다. 이에 기지를 발휘해 금돼지를 죽이고 부인을 구했다는 전설이다.

금돼지굴봉에서 반환해 본격적인 산행에 접어들면 이 산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우람하게 솟은 송대봉과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바위들, 오래된 수목들이 조화를 이룬다.

계단을 내려서서 고도를 100m까지 한껏 낮추면 당재다. 낮은 고도 탓에 수목의 종류가 산에 것이 아니고 들녘에 자라는 것들이다. 대나무가 있는가 하면 논가에 자라는 족도리 풀도 보인다.

다시 수 십개의 오름길 계단을 걸어 송대봉까지 고도를 높인다.

계단 끝나는 부분에서 만난 녀석은 요즘 보기 드문 살모사. 소름까지 돋게 하는 뱀은 넉살좋게 널브러져 햇살을 쬐다가 인기척에 똬리를 틀더니 이내 돌 틈사이로 사라졌다.

출발 1시간 20분 만에 송대봉, 이른바 순창 책여산 정상에 닿는다. 날카로운 암릉에 목재 데크를 설치해 조망권을 확보해 놓았다. 발아래 바둑판처럼 잘 정돈된 드넓은 평야가 이색적이다. 들판 한가운데 터를 잡은 신월마을은 더 이색적이다. 사람들과 들녘 농작물의 생명수 섬진강은 거대한 S라인을 그으며 들판을 가로질러 흘러간다. 한때 이 섬진강에 댐이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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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


내려서서 산죽밭을 지나면 빌딩만한 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밑에도 굴이 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책 바위가 등장한다. 경사가 높은 곳에는 수직의 철 계단이 세워져 있고, 완만한 곳에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삐딱한 바위로 인해 시종일관 착시현상을 불러온다. 어지럼증도 느껴진다.

오전 11시를 넘어서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작은 봉우리에 닿는다. 불끈 솟은 바위의 위용, 그 뒤로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흘러가는 섬진강이다. 산은 드세고 강은 여유롭다.

재선충병이 이 산을 휩쓸면서 산정바위틈에 뿌리내려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던 소나무가 죽어 붉게 타들어가고 있다.

오전 11시 30분, 산사태로 등산로 오른쪽이 무너져 붉은 속살을 드러낸 벼랑을 만난다. 주민들은 국내 굴지의 제철소에서 철 생산을 위해 굴착하면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산사태지역을 지나 다시 24번 국도를 만나 괴정 삼거리에 닿으면 순창 책여산 구간은 마무리된다.

국도에선 오른쪽으로 도로를 따라 300여m가다보면 괴정교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 산에 붙을 수 있다. 띄약 볕에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숨을 턱턱 막는다.

남원 책여산은 대체로 육산이다. 8부능선쯤 올랐을 때 책바위가 다시 등장한다. 위태롭게 걸쳐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이 나온다.

6월 날씨답지 않게 30도를 훌쩍 넘겨버린 무더운 날씨. 취재팀은 9부 능선 전망 좋은 곳에서 강바람에 샤워를 하며 휴식 한 후에야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오후 1시 20분, 정상 조망은 왔던 길을 뒤돌아보는 것으로도 흡족하다.

하산은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들녘을 따라 걷다가 섬진강에 합류하는 오수천 제방을 지나 교량을 건너면 구송정 유원지 옆 서호마을이 날머리다. 원점회귀를 위해 적성교까지 가려면 택시를 부르면 된다. 교통비 8000원.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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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바위 경사진 곳을 오르는 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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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산 정상부에 날카로운 책바위가 비스듬하게 띠를 이뤄 형성돼 있다. 왼쪽은 천길 낭떠러지이며 정면은 남원 책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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