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디자인이 범죄를 예방한다 <1>
도시 디자인이 범죄를 예방한다 <1>
  • 정희성·김영훈기자
  • 승인 2015.07.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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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발위 기획]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범죄예방디자인

[지발위 기획]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범죄예방디자인

<1> ‘소금길 지킴이’가 사는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지난 2010년 한 여중생을 납치·성폭행 하고 살인까지 일삼으로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길태 사건’. 부산시 사상구 덕포 1동 골목길은 낮에도 인적이 드물고 밤이 되면 을씨년스럽기까지 해 부산의 대표적 우범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김길태 사건 이후 지자체와 경찰, 검찰은 범죄예방을 위해 ‘안전한 덕포동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범죄발생 여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시환경을 설계하거나 개선해 범죄를 예방하고 있다. 또 서울 마포구 염리동도 3년 전만 해도 낡은 다세대주택이 밀집돼 절도범들의 표적이 됐었다. 하지만 이 곳도 범죄예방디자인(셉테드)이 시행되면서 마을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진주를 비롯해 도내 많은 구도심들이 공동화현상을 겪으며 침체와 더불어 범죄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범죄예방디자인, 셉티드를 꼽는다. 이에 본보는 셉티드를 통한 전국 모범 사례를 둘러보고 경남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셉테드’란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말한다. 도시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범죄 예방 기법이다. 주요 방법으로는 밝은 계통으로 거리를 도색하는 방안, 감시카메라 설치, 가로등을 설치하는 방법 등이 있으며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널리 활용중이다.
 
염리동 소금길 출발지점. 정희성기자
염리동에는 여섯가지 꽃길이 조성돼 있다. 사진은 해바라기길 모습.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은 과거 소금창고가 있어 소금장수들이 살았던 곳이다. 가파른 언덕과 좁은 골목길은 소금장수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넉넉한 살림살이는 아니지만 훈훈한 정이 넘쳤던 염리동. 하지만 재개발과 마주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마을 사람들은 갈등을 빚었고 한두 명씩 마을을 떠났다. 이웃간의 대화는 사라지고 마을은 생기를 잃었다. 재개발은 염리동을 갈등속으로 밀어 넣었다.

중단된 재개발은 마을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낡은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엔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그렇게 재개발을 기다리며 모든 것이 멈춘 마을은 2012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그 해 4월 염리동이 서울시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마을은 조금씩 활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힘을 합쳤다.

낡고 칙칙한 골목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해바라기, 해당화, 라일락, 쑥부쟁이, 옥잠화, 능소화길도 만들었다. 무미건조한 가로등에는 노란색 옷을 입혔다.

또 예전에 청소년범죄가 많이 일어났던, 범죄의 사각지대였던 후미진 골목길에는 아담한 텃밭을 조성하고 운동도 할 수 있도록 운동기구도 설치해 누구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쉼터로 변화시켰다.

7~8월, 두 달간의 노력으로 범죄가 잦았던 우중충한 골목길은 밝고 화사한 느낌의 ‘소금길(1.7km)’이라는 산책로로 재탄생했다.

‘소금길’ 명칭은 염리동의 염(鹽)자가 소금 염자 인 것을 착안해 지었다.



 
눈(CCTV)과 귀(비상벨)로 염리동 소금길을 지키는 ‘소금길 지키이집 모습. 김영훈기자
염리동 소금길 내 한 주택의 모습. 벽에 붙은 타일벽화와 싱그로운 꽃들이 동네에 생기를 더해주고 있다. 정희성기자


소금길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염리마을 공동체’를 구성하고 지난해에는 보금자리인 ‘소금길 나루’를 개관했다.

소금길 나루는 어린이 도서관, 카페 등 다양한 주민 편의시설이 구비돼 있으며 길을 걷다 낯선 사람에게서 위협을 느꼈을 때 잠시 안전하게 머물 수도 있다.

소금길이 조성되면서 주민들은 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떨쳐냈다.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소금 지킴이집 6곳도 마련됐다. 노란색 대문의 소금 지킴이집은 눈(CCTV)과 귀(비상벨)로 범죄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확’ 달라진 마을에 주민들도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염리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서윤기(53·여) 씨는 “마을이 밝아졌다. 골목길 곳곳에는 꽃들이 활짝 폈다. 누가 먼저라 할 것이 없이 꽃에 물을 주고 쓰레기 줍고 마을을 가꾼다”며 “공공복지라고 생각한다. 대만족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서울시에서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염리동 소금길 구석구석에 심어진 꽃들은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김영훈기자
범죄예방을 위해 골목길에 설치된 비상호출기와 CCTV. 정희성기자


서울시는 소금길이 조성된 후 염리동 200여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네에 대한 애착은 커지고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설문대상 주민 중 83%가 만족감을 나타냈으며 76%가 “범죄예방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주민 강모(30)씨는 “낙후된 지역, 안전하지 않은 동네라는 생각이 예전에는 강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소금길을 조성하는 것을 지켜본 후에는 동네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 마을 이미지도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염리동마을공동체 오미애 간사는 “소금길은 염리동 주민들을 위한 운동코스이자, 범죄로부터 주민들을 지켜주는 안전코스”라며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우범지역을 변화시킨 염리동마을공동체, ‘꿈꾸는 골목, 소금마을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정희성·김영훈기자


 
1.7km의 소금길에는 노란점선이 찍혀 길을 안내하고 있다. 김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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