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3월 4일 (4면) 진주의 영화관
1966년 3월 4일 (4면) 진주의 영화관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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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일보 1966년 3월4일 4면, 그때 그 시절

태풍 탓에 지난 주말 나들이는 접어야 했지요. 가까운 영화관으로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한 오싹한 시대극이 흥행중이더군요. 전후 각박한 삶 속에서도 이렇게들 영화를 즐기곤 했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경남일보 ‘그때 그 시절’이 광고를 통해 찾아본 진주에는 영화관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진주의 영화관들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우선 진주극장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승용차 예닐곱대는 족히 설만한 광장이 있는 극장이었지요. 진주극장은 1922년 11월11일에 준공돼 1923년 진주좌(晋州座)로 개관했습니다. ‘경남 제1호 공연장’으로 허가된 진주지역 최초의 극장이었습니다. 형평운동의 발상지라는 명예로운 이름도 옛말이고, 지금은 높다란 빌딩이 제값을 하지 못한채 방치되고 있어 세월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중앙광장 사거리 근처에 위치했던 ‘국보극장’ 역시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은 두개의 건물로 나뉘었다고 하니 당시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공관’은 진주시가 전후 폐허가 된 시청을 대신해 공관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1958년에 지은 건물이었습니다. 시청이 복원되고 공관으로서의 역할이 줄어들자 시에서 영화관으로 경영하게 되었지요. 그 위치가 본성동으로 지금의 진주성 촉석문 옆이었습니다. 아마도 제일극장으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1969년 탈세사건에 휘말린 ‘시공관’은 민간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다시 개관한 것이 제일극장이었지요. 
1960년대의 ‘중앙극장’ 위치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 1980년대의 중앙극장이라면 지금의 진주성 길 건너편에 위치했던 작은 극장으로 기억됩니다. 같은 장소였다면 아마도 다른 영화관들에 비해서 규모를 작았던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기억을 더듬어 1960년대의 중앙극장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손바닥보다 작은 영화티켓을 받아쥐고 어둑한 상영관에서 빈자리를 찾아들어가면 머리 위로 영사기 불빛이 달려가고 화면에는 전국을 돌고돌아 온 필름마다 거친 노이즈가 비처럼 내렸지요. 여름이면 거대한 선풍기가 스크린 아래에서 요란하게 돌아갔습니다.  한번씩 화면이 하얗게 변해버릴 때면 영사실을 향한 아우성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거대한 스크린 앞의 두시간은 ‘시네마천국’이었습니다.
그렇게 단관극장의 시대가 사라져갔지만, 지금도 진주에는 여전히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상영관 7~8개의 복합상영관 두 곳이 성업중이고, 독립영화나 제3세계 영화들을 볼 수 있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의 상영관도 눈길을 끕니다. 태풍이 연이어 올라온다고 하니 비 단속을 단단히 하시고 가까운 영화관에서 과거와 미래, 상상의 세계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국보극장에서는 ‘스팔타 총공격’을 상영하고 있네요. 페르시아 대군과 그리스 스파르타 용사들의 전투를 다룬 내용이었지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300도 같은 배경을 다루고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테르모필레 전투’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전투여서 많은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지요.
광고 하단에 특이한 문구가 보이네요. ‘요금 일반 50원 포스타권 40원’
일반 영화요금은 50원이었는데 포스타권은 무엇일까요? 식당이나 가게에서 영화 포스터를 붙여주는 대신에 받은 영화표가 바로 ‘포스타권’이라고 하네요. 영화홍보를 해주는 대신 영화값을 깎아주는 일종의 마케팅 방법이었습니다.
시공관에서는 ‘훈장은 녹슬지 않는다’는 영화광고를 실었습니다. 최무룡, 김지미 주연의 군대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물이었습니다. 중앙극장은 ‘산천도 울었다’를 광고하고 있습니다. 김지미, 이예춘씨가 나온 전후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가족드라마였지요. 영화요금이 25원, 15원으로 나와있군요. 
진주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는 김진규, 김지미 주연의 ‘정경부인’입니다. 3.1절 특선 푸로라는 안내가 있네요. 그러고보니 한국영화 세편 모두 김지미씨가 출연하고 있네요. 당대 최고의 여배우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경남일보 그때 그시절, 그 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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