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바다의 전언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바다의 전언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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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소금꽃


염전에 소금이 오는 사월

남도 사람들은 삐비꽃을 소금꽃이라 부른다

삐비꽃 피어야 소금이 오고 삐비꽃 질 때쯤이면

함석지붕 인 창고에 소금꽃이 만발한다

남도는 이때가 가장 향기롭다

이기영(1958∼)



자연이 우리에게 값없이 건넨,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소금이지 않겠나. 20여 일의 기다림 끝에 결정되는 소금은 천혜의 비밀을 간직한 생명의 바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속살의 문장으로 저기 ‘소금이 온다, 소금꽃이 핀다.’ 이는 뭍에 사는 이들에게 ‘소금처럼 살라’는 바다의 전언이겠다. 그 행간을 들여다보면 서로 사랑하며 살라한다. 이어 사랑의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폴 틸리히)이라 덧붙이고 있다. 때문에 하얀 먹물을 찍은 띠는 삐비꽃을 피워 지상에 일필휘지하는 것이며, 바람의 끝을 잡고 저토록 몰입하는 것이다. 증도 태평염전에서 포착한 날 시의 메시지가 은근 향기로워서 시인의 옷자락, 바람 속으로 오래 머물지 않았겠나.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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