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살아 움직이는 논의 생태
[농업이야기] 살아 움직이는 논의 생태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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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래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지도관)
얼마 전 창녕의 친환경생태농업을 실천하는 지역의 한창 자라고 있는 벼들의 사이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곤충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고 관찰해 보게 됐다.

벼에 문제를 일으키는 벼물바구미, 애멸구, 흰등멸구, 벼멸구, 벼메뚜기, 혹명나방, 이화명나방, 벼애나방, 극락꼬마밤나방 등 많은 해충들이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을 어느 정도 유지시켜 주는 익충들 또한 활발히 움직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긴꼬리투구새우이다. 긴꼬리투구새우는 3억 년 전 고생대 석탄기 지층에서 화석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어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릴 만큼 학술적 가치가 높고 국제적으로도 보호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산란을 하기 위해서 발을 요란하게 흔들고 다녀 흙탕물을 일으키므로 잡초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다음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잠자리유충이다. 잠자리유충은 논 속의 물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을 잡아먹는 익충으로 알려져 있고 왕잠자리, 물잠자리, 밀잠자리, 잔산잠자리, 하나잠자리, 고추잠자리 등의 유충들로 종류도 다양하다. 잠자리유충들은 곤충뿐만 아니라 작은 물고기도 잡아서 갉아먹고 있어서 물속의 벌레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셈이다. 또 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은 물방개, 물땡땡이, 물장군, 게아재비, 장구애비, 물자라 등의 벌레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방개는 35~40mm로 크기가 비슷하며 몸 전체가 타원형을 하고 있으면서 물속의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물땡땡이는 물방개와 형태, 크기가 비슷하지만 성충은 부드러운 수초를 먹고 알을 수초에 붙여 놓으며 애벌레는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물장군과 게아재비, 장구애비, 물자라 등은 주로 입이 바늘모양을 하고 있어서 찔러서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물 윗면에서 동동 떠다니는 소금쟁이와 깨알소금쟁이도 마찬가지로 찔러서 잡아먹는다. 그리고 벼 포기 사이에는 곤충들의 무법자인 사마귀가 호시탐탐 사냥감을 고르고 있다.

어느 정도 벼가 자라서 논이 어우러지면 다리가 4쌍인 거미류의 사냥도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벼 줄기 사이에서 작은 접시모양의 집을 지어 사냥하는 애접시거미, 벼 잎을 말아 세모기둥 꼴로 집을 만들어 그 속에서 생활하면서 알을 낳는 염랑거미, 옆으로 기어 다니면서 생활하는 게거미, 토끼마냥 뛰어다니면서 사냥하는 깡충거미, 마른 논 바닥을 이리저리 기어 다니는 늑대거미, 그리고 잎의 끝과 끝에서 집을 지어 생활하는 왕거미, 호랑거미, 갈거미류 등 다양한 거미류들이 논에서 사냥 활동을 하고 있다.

논에는 이렇게 다양하게 살아 움직이는 작은 곤충들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알맞은 비료 량과 시기별 논 관리만으로도 얼마든지 병해충을 이겨 낼 수 가 있다고 본다. 농가들은 비료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논의 생태계만 잘 알고 관리하여도 평균 이상의 수량을 거둘 수 있다. 논에서 움직이는 작은 동물들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조성래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지도관)

 
조성래_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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