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청년의 고용절벽은 국가 미래도 절벽이다
[경일포럼] 청년의 고용절벽은 국가 미래도 절벽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7.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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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청년들이 뿔났다.’ 최근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등이 “아버지·삼촌, 임금피크제로 일자리 좀 나눠줘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민주노총 앞에서 시위를 했다. 이 연합은 작년 9월에 설립한 이래 청년 일자리에 대한 대책강구, 변질된 귀족노조 및 강성노조 지도부의 과도한 요구와 불법파업 중단 등을 요구하는 단체이다. 이들이 뿔난 것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정년연장이라는 선물만 받고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는 사회적 합의와 청년 고용은 무시하는 이기적인 기성세대의 모습에서 기인한 것이라 한다.

올해 대졸 취업 경쟁률은 평균 32.3 대 1로 2013년의 28.6 대 1보다 1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0.2%로 IMF 이후 6월 청년실업률로는 16년 만에 가장 높다. 이와 같이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제도적 모순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은 첫째, 구직과 구인의 미스매치에 있다. 즉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40% 미만이던 것이 2005년 이후 80%를 넘어 구직은 역삼각형의 구조를 가진데 반해 구인은 여전히 삼각형의 구조를 가짐에 노동시장이 혼돈에 빠지게 된 것이다.

둘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를 들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가 청년층 고용사정 악화의 주요인이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이 100이라면 대기업 비정규직은 66.1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0.7에 머물러 청년들은 대기업 정규직만 고집하기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의 심각성은 일자리 경쟁에서 탈락한 청년들이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데 있다. 즉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고 취업하려는 의지도 없는 구직 단념자를 지칭하는 청년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가 급증하고 있다. 즉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니트(2005∼14년 사이 청년층 NEET 수는 57.7만 명에서 66.4만 명으로 15.1% 증가하였으며, 이중 대졸이상 니트 수는 12.0만 명에서 19.4만 명으로 61.7% 증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고착화되어 가는 청년층 실업을 방치할 수는 없다. 미래를 책임 질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하면 개인은 물론 국가의 미래도 없는 것이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기업의 신규 채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 상류층에 있는 기존의 근로자들은 정년연장이란 단물만 취하지 말고 임금피크제라는 일자리 나눔(job share)의 정신으로 청년들의 앞길을 터 주어야 한다. 또한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 동결을 수용하고 기업들도 전향적인 자세로 고용을 확대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힘쓴다면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노동시장 혁신은 대통령 임기와 내년 총선을 고려하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로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포퓰리즘에 연연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노동개혁을 이룩해 내야 한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즉 표를 잃을 각오로 개혁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이 없다면 청년 고용절벽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청년 고용절벽이 깊어진다면 우리나라 미래는 더욱 암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웅호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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