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리본(Ribbon)의 의미
[교단에서] 리본(Ribbon)의 의미
  • 경남일보
  • 승인 2015.07.27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지난 5월 9일 완도의 청산도를 찾았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이자 힐링의 섬이란 명성이 무색할 만큼 상업화에 실망이 컸고, 특히 승선시간 50분 정도 소요되는 청산아일랜드호(號)에 실린 대형버스나 승용차에 고정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미뤄 짐작컨대 구명튜브나 조끼도 불량이거나 작동이 안 될 가능성이 컸다. 세월호 사건 1주기가 지난 지금도 일부 정치인과 시민들의 가슴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지만, 사고 진상규명은커녕 특별조사위 구성도 안 된 시점에서 본 그날의 상황에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리본(Ribbon)은 원래 ‘폭이 좁고 긴 끈이나 띠 모양의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만 지금은 추모의 성격이 강한 고유명사가 됐다. 손연재의 화려한 리본은 체조도구로 여러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검은 리본은 망자에 대한 추모를, 노란 리본은 ‘사랑하는 사람의 무사귀환’의 의미를 담고 있다. 노란 리본에 이런 의미가 부여된 것은 1973년 발표된 Tony orlando의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의 영향이 컸다.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가는 버스엔 살인죄로 복역을 마친 한 사내가 자신의 아내에게 사랑과 용서의 징표로 노란 리본을 달아 달라고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노래가사는 애절하지만 곡조는 경쾌해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됐던 곡이다. 이 이야기를 오천석이 ‘노란 손수건’이란 책을 출간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이런 리본이 요즘엔 특권화 내지 권력화되는 것 같다. 지난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올해 예산 요구액이 165억원이고 그중 사무실 구성비용으로 20억원을 사용했으며, 직원들 동호회 비용까지 청구됐다니 참 어이없다. 앞으로 사용될 예산이 미국 9·11테러 조사위원회의 3~4배 정도일 거라 하니 더욱 놀랍다.

세월호 사고 발발 500여일이 지난 지금, 이제부터라도 가슴에 단 리본을 마음으로 옮겨야 한다. 그리하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는 호화스러운 사무실 꾸미기보다는 조건 없이 업무를 개시해야 하고 감독기관에서는 그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현장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며 시민들 또한 자신부터 안전규정을 준수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것이 한 맺힌 수중고혼과 지금도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유가족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가 별것인가, 리본을 떼자!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