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기억을 타전하다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기억을 타전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7.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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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공룡발자국 화석>

멀리서 온 기억에 발을 넣고

먼 곳의 기억에게로 걸어가 본다

먼 곳의 파도 소리, 먼 곳의

바람 소리, 쿵쿵쿵 발소리 내며

떠나가버린 먼 곳의 사람에게로

박서영(1968∼)


 

어떤 이는 연대 추적 기법을 통해 공룡의 멸종 시기를 읽고 가고, 어떤 이는 그 원인이 ‘빙하기’로 또는 ‘소행성의 충돌’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은 눈앞 발자국 화석을 통해 약 6천5백만 년 전으로 기억을 타전하는 것이다. 마치 잠자고 있는 고서에서 문득 발견한 기억의 습작을 들추듯, 결국은 그 사람에게로 스며드는 것이다.

내게서 떠나가버린 줄 알았던 당신. 어쩌면 서둘러 내가 그 사람에게서 떠나온 건 아닐까. 함께했던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움푹 간직한 채 지금 여기 꿈쩍 않고 나를 기다린 건 아닐까.

8월 11∼30일, 고성 공룡박물관에 전시될 30여 편의 디카시 작품 중 하나다. 무더운 여름 뚫고 백악기로, 그 기다림에게로 슬그머니 다가가 보면 어떨까.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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