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토양은 농업기술센터로
[농업이야기] 토양은 농업기술센터로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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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박사)
올해는 유엔(UN)이 정한 ‘세계 토양의 해’로 토양보호를 위해 지구촌 각 나라별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춘진 의원이 대표발의 하여 ‘흙의 날(3월11일)’을 제정한 계기로 흙의 소중함을 재조명하고 있다. 사람이 병들면 얼굴색이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토양과 작물의 증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토양이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몹시 아프다는 것과 같다. 병색이 나타나면 이미 증상이 많이 진전되었다는 것이다. 암도 조기에 진단을 받아 조치를 하면 극복할 수 있지만 어느 시기를 지나면 집을 팔아도 완치되기 어렵다. 따라서 토양관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사람이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듯이 토양도 주기적으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정밀진단을 받고 비료사용처방서에 따라 양분을 관리해야 한다.

아쉽게도 경남지역은 비료의 과다시비와 집약농업의 발달로 토양양분 불균형이 문제가 되고 있다. 농작물 생육과 결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효인산과 치환성 칼슘성분은 시설재배지, 밭, 과수원을 비롯하여 논에서도 과잉된 지역이 증가하고 있다. 유효인산과 치환성 칼슘을 과다 함유한 토양에서 작물을 재배할 경우, 전체적인 영양 불균형으로 줄기와 잎의 생육이 지연되고, 광합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결실불량, 품질저하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토양에서 인산이 집적되는 원인은 인산 화학비료의 시용보다는 가축분 퇴비의 과용으로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유기물 공급원으로 가축분 퇴비 시용을 피하고 우분이나 가축분이 적은 퇴비를 사용하면 유효인산을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 사람도 땀을 흘리면 옷에 하얀 소금이 맺히듯이 토양도 양분이 많으면 표면에 하얀 염류가 집적된다. 때가 묻은 옷을 물로 세탁 하듯이 토양에 하얀 염류가 피어나면 깨끗한 물로 목욕을 시켜야 한다.

토양 1g에 생명체는 10억 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크고 작은 미생물의 개체수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체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과다하게 살포하면 생명에 지장이 생겨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 토양에 있는 생명체의 개체수를 일정수준으로 유지시키고 잘 살아 갈 수 있도록 토양 환경조건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토양은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상으로 나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는 마음씨 고운 애인이다. 내가 관심을 주는 이상으로 작물을 통해 행동으로 보여준다. 간혹 무관심으로 찾아 주지 않으면 질투가 나서 온갖 잡초로 시위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의 얽힌 마음을 풀어주어야 한다. 자존심 싸움보다 힘든 것이 없다. 토양이 원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따뜻한 보살핌이다. 사랑은 서로 교감이 있어야 오래 지속된다. 건강한 신체에 올바른 정신이 깃드는 것처럼 토양을 오래도록 사랑하려면 주기적으로 정밀진단을 받아 토양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우리보다 먼저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영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박사)


 
이영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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