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김태호 효과
[경일시론] 김태호 효과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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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의원의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한 정가의 반응과 정치평론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대권도전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거나 총선 당선전망이 흐려 택한 길이라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불출마의 변이 정치적 인과관계가 명확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그의 기자회견문을 보면 수긍이 가는 부문이 많다. 최연소 군수, 2대에 걸친 경남지사 재임, 국무총리 후보, 국회의원 재선,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그의 화려한 이력이 말하듯 승승장구해온 50대 초반의 풍운아였으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내공을 쌓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스타의식과 조급증에 매몰돼 몸과 마음이 시들었고 초심은 사라져 귀가 닫히고 언어가 과격해지더니 마침내 생각의 깊이도 얕아져 외화내빈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고 국회의원직을 탐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 특히 지역구민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자괴하고 있다.

말 그대로라면 그는 비로소 정쟁과 갈등만 있는 우리의 국회에서 점차 무력감을 느껴 실력과 깊이를 갖춘 후에 다시 나서겠다는 소신의 표출로 보여 신선감마저 주고 있다. 김태호 의원의 긴 정치적 여정을 보면 지금이야말로 실력을 갖추고 정치적 역량을 더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미 강창희 전 국회의장, 이한구 의원 등이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그들은 사실상 은퇴를 해야 할 연령이어서 김태호 의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태호 의원의 불출마는 함량미달의 정치, 투쟁과 비판 일변도의 정쟁, 막말과 욕설이 난무한 국회. 책임을 회피하고 유체이탈을 일삼는 행태, 걸핏하면 국민을 앞세워 시위하는 거리정치, 심판론과 의혹을 내세워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정치, 부정과 부패, 도덕적 해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로 점철돼 국회의원을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치부하는 국민적 정서를 몰고온 우리의 정치를 재조명해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제2, 제3의 김 의원이 나서 20대 총선 불출마가 러시를 이뤄야 한다. 그것이 사즉생(死卽生)이고, 잠시 죽는 것 같아도 길게 사는 길이다. 야당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셀프디스’는 덜 갖춰지고 준비가 덜 된 국회의원들의 불출마 러시라야 진정한 셀프디스인 것이다. 김 의원의 불출마가 설령 차기 대권을 노린 포석이라 할지라도 그로 인해 환골탈태하고 준비된 정치인으로 변신한다면 이는 매우 바람직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여당의 텃밭인 경남은 여당공천이면 막대기를 꽂아 놓아도 당선될 정도로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이었다. 셀프디스가 없다면 이제는 유권자들이 나서 선거혁명을 이뤄야 한다. 오늘의 정치에 대한 절반의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인지도에서 다소 떨어지고 덜 알려진 사람이라도 오랜 기간 내공을 쌓으며 준비된 자,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갖고 남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자, 합리적이고 도덕성을 갖춘 자, 자신의 영달보다는 민을 우선하는 자를 선택하는 유권자 혁명이 바른 정치를 이끌 수 있다.

김 의원의 불출마를 대권준비로만 바라보는 것은 매우 정치공학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성찰의 기회로 삼고 스스로를 유권자들에게 부합하는지를 뒤돌아보고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가 스타의식을 자책하고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겠다고 나선 것을 본받아야 한다. 묻어버릴 일과성 돌출발언으로 치부하는 것은 그들만의 정치적 생존방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 의원의 결단을 환영하며 김태호 의원의 행보를 주시한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경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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