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창원시의 광역시 추진, 정치쇼로 전락되지 않기를.
[의정칼럼]창원시의 광역시 추진, 정치쇼로 전락되지 않기를.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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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 (진주시의원)
갑작스럽게 창원시가 광역시 추진을 선언하면서 경남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오랫동안 경기침체로 지역경제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경남도 아닌가. 그나마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남도와 기초지자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기투합하고 있는 시점인데, 창원시의 이번 선언은 경남도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광역시라는 특별한 구역을 만든 배경은 뒤처진 국가경제를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 지역거점을 형성해 자원을 집중시키고 그 성장 열매를 주변으로 퍼뜨리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발성장시대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광역시를 주장하는 것은 주변 지역과 경제적·행정적으로 담을 쌓고 이를 통해 그동안 주변 지역과 나눴던 열매마저 모조리 자기들만 독차지하겠다는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부산시가 광역시가 되고 개발시대가 지나가자 도나 타 지자체와 개발 사안마다 사사건건 부딪치고 때로는 극심한 갈등으로 경남도 모두가 손해를 보았던 일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수원시는 인구 100만이 일찍이 넘어섰고 경제적 자립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광역시 승격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과거 광역시 승격 논란 때마다 재정 악화와 지역경제 악영향을 우려한 경기도가 승격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행정자치부 역시 앞서 언급했던 급격한 재정자립도 악화를 지적하며 광역시 승격문제는 단순히 인구수로 가름해서는 안 되며 지역적인 역학관계나 부작용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문제도 똑같다. 경남도 지역총생산의 40%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고 도세 징수액의 25%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원시가 우리만 잘살겠다는 심보로 담을 쳐버리면 다른 도내 지자체들은 안 그래도 어려운 지역살림 속에서 애써 붙들고 있는 희망의 끈마저 놓아버리게 될지 모른다. 그동안 도청 소재지로서 도의 지원과 자원집중을 인정하고 창원시 행정구역 통합에도 힘을 실어주며 박수를 쳐주었던 다른 경남 지자체 주민들은 시쳇말로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처럼 시대적으로나 상황상으로나 전혀 명분을 찾을 수 없는 지역 이기주의식의 창원시 움직임은 졸속적인 계획으로 많은 이들의 허영심만 부추기고 모든 경남도민의 마음에만 상처를 남긴 채 성과 없는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말썽 많았던 통합도 이뤄진지 몇 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내부단속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급작스럽게 선언된 창원시의 광역시 추진은 다분히 시민주도가 아닌 관주도의 정치계산적이고 즉흥적인 퍼포먼스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창원시민들에게 간절히 바라니 맏형의 마음으로 지금의 사태를 본다면 지금 누가 명분도 없이 실현성도 떨어지는 허황된 욕심을 부추기며 창원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그동안 살림과 뒷바라지를 하며 함께했던 형제들을 내치라하는지 분명히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창원시민이 정치쇼의 희생양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강길선 (진주시의원) 의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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