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사과나무의 시간여행
[농업이야기] 사과나무의 시간여행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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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상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사과이용연구소 이용담당 농업연구관)
사과속(Malus 속) 식물의 원생종은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3개 대륙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재배되고 있는 사과의 기본종은 유럽 동남부 및 아시아 서부에 분포된 원생종에서 개량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학자들은 사과의 원산지를 코카서스지방과 북부 페르시아(이란) 및 중국 텐진산맥의 표고 1250m지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초기 사과는 어떤 모습 일까. 선사시대의 사과나무는 야생상태로 숲에서 자랐을 것이며 키가 아주 컸고 가시가 돋힌 나무였을 것이다.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열매로 물론 단맛을 내는 종류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신맛이었으리란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신석기 시대에 인류가 유목생활을 접고 마을을 이루고, 가축을 기르며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채집하던 시대가 가고, 종자를 뿌리고 거두는 농업이 시작됐다.

사과나무가 재배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기르고 거두는 농업이 시작되면서, 야생상태 사과나무 종자를 토양에 뿌리면 싹이 터서 나무가 자라고 그 나무에 달린 열매는 여태까지 먹어왔던 사과와는 뭔가 다른, 새로운 맛과 크기로 당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을 것이다. 신맛보다는 단맛의 사과를 원하고 그러한 품종을 늘리기 위한 번식과 재배기술이 발달되면서 수천 년 후에는 제법 모양이 갖추어진 과수원으로 발전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 ‘나는 사과’라는 책에서는 사과를 훌륭한 과일로 평가 했었고 기원 전 8세기 ‘오디세이’ 작가 호메로스는 사과나무를 ‘탐스런 과일이 열리는 나무’라고 했다. 또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봄 사과’와 같은 예쁜 품종 이름도 지었다. 얼마 후 로마시대 에서도 사과가 자주 소개되었고 1세기경 라틴의 작가 프린느는 24가지 품종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과는 조직이 단단하고 운반과 보관이 쉬워 장거리 이동에 유리하다. 11세기 경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는 알코올음료가 있었고 질 좋은 음료를 생산하기 위하여 다른 나라에서 사과나무를 가져 왔으며, 군대나 여행자 혹은 사과를 먹은 동물 배 속에서 종자상태로 운반되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렇게 이동한 여러 종류의 사과나무에서 자연스럽게 교배되어 새로운 품종이 만들어졌고, 사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재배법이 발달되어 현재까지 왔으리라 짐작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재래종 사과인 능금을 재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계림유사에 고려 중엽에는 임금(林檎)으로 표기되기도 하였다. 이조 중기 효종 때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개량된 사과는 1901년 미국 선교사가 묘목을 들여와 강원도 원산 부근에 과수원을 조성한 것이 경제적 재배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많은 품종을 도입하고,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며 재배법을 개발함으로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맛과 크기, 품질을 고려한 사과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과 소비도 생식용에서 가공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품종역시 단순히 생식위주에서 기능성을 강조한 속 붉은사과 및 가공용 사과 그리고 색택도 빨강에서 흑색이나 노란색으로, 규격도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로 다양해졌다. 앞으로 다양한 육종과 재배기술로 인류에 더욱 유익한 발전이 기대된다.

박두상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사과이용연구소 이용담당 농업연구관)

 
박두상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사과이용연구소 이용담당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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