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막바지 휴가 잘 보내기
[경일시론] 막바지 휴가 잘 보내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8.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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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8월 14일이 특별공휴일로 지정됐다. 휴가기간이 늘어나 아직 떠나지 못한 휴가자들이 막바지 휴가를 위해 떠날 것으로 예견된다.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해방심리가 탈출기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탈출을 통한 욕구분출은 모처럼 찾아온 휴가를 망치게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부를 포함한 여타 기관들이 모두 나서서 단번에 그동안의 침체된 우리 정서를 회복해 보고자 해서 정한 공휴일 아닌지 경계해서이다.

휴가는 견디기 힘든 삶에서 해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휴가에는 ‘푹 쉰다’는 뜻이 숨어있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일상생활에 찌든 군더더기 때를 씻어 내듯 휴가가 필요하다. 어찌 생각해보면 메르스에 갇혀 침체됐던 일상을 회복시키는데 특별한 휴가가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꺼번에 쏟아지는 폭우는 강을 범람시키는 홍수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막바지 휴가는 한꺼번에 떠나는 인파로 불편한 휴가가 예상된다. 그러한 우려는 휴가는 미리 준비하고 떠나야 한다는 여행이라는 점을 간과한 채 지나치게 바삐 내린 조치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휴가는 승부 걸듯이 올인해가며 놓칠지 모를 마지막 기회처럼 떠날 것이 못된다. 여행을 가능하게 하자면 여행자가 앉을 만큼의 비행기 빈 좌석과 그들이 쉬어갈 빈 방이 필요하다. 그런데 갑자기 늘어난 인파가 한꺼번에 찾아오면 그 좌석과 빈 방을 마련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휴가철이면 공항이나 항구나 도로나 모두 넘쳐난다. 모처럼 여행을 떠난 이들은 길바닥에 버려진 폐기품만큼도 취급받지 못했다고 푸념들을 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그런 후회는 일상으로 복귀를 순탄하게 해주지 못하는 휴가 후유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휴가는 일상과 일터에서 잠시 벗어나 쉬는 것이다. 치열하기만한 일상에서 물러나 자신을 완전히 무장해제시키는 기간이다. 그 기간은 바쁘고 긴박한 시간을 멈추게 해 일상의 공간에서 분리돼 떨어져 나오게 해준다. 좋은 음악의 악보에는 쉼표가 있어 아름다운 음률을 이어가게 해준다. 좋은 그림 속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드러내주는 여백이 있다. 휴식은 휴식만의 것이 아니다. 좋은 휴식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진정한 자신으로 되돌아오게 한다.

하지만 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후유증이 따른다. 휴가 후유증에서 오는 증세는 피로와 무기력감이다. 직장으로 돌아온 휴가자들은 좀체 직장인이 되지 못한다. 그들의 증세는 다시 빨라진 리듬에 적응하지 못해 일손이 설어 산만하기만 하다. 물론 그런 증세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하지만 모처럼 떠난 휴가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이런 증세는 특히 마지막 휴가에 몰려 바쁘게 다녀온 휴가자들일수록 심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막바지 휴가는 그냥 무작정 떠나기를 삼가야 한다. 그렇다고 ‘방콕’하는 것만도 능사는 아니다. 꼭 떠나기를 원하는 사람은 휴가지에서 돌아와 하루 정도는 집에서 여유를 가지고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시간은 청소를 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빈둥거리며 집에서 보내는 여유시간 같은 것이다. 그리고 틈을 내어 떠났던 일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러면 걱정거리로 여겨졌던 일들로부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막바지 휴가에 내몰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막바지 휴가 잘 보내기’이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경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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