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학점과 대학교육의 권위
대학의 학점과 대학교육의 권위
  • 경남일보
  • 승인 2015.08.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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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대학에서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의 성적평가를 하고 나면 대체로 1주일 정도의 성적정정기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일부 학생들의 성적정정요구를 보면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학점은 중간시험, 기말시험, 출석, 발표, 과제 등에 대한 담당교수의 평가이다. 과거에는 교수에게 학점에 대한 재량권을 전적으로 인정하는 절대평가가 시행된 적도 있었으나, 수강신청 쏠림현상이나 교수의 자의적인 학점부여로 인한 공정성의 문제, 입학만 하면 졸업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상대평가제를 도입한 것이다. 초기에는 교양과목 중심으로 상대평가를 실시했지만 현재는 전공과목에도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따라서 상대평가에서는 각 학교마다 등급별 비율을 미리 정해져 있는데, 교수들은 학생의 성적을 입력할 때 각 등급의 비율분포에 맞춰서 입력하여야 하며, 그 한계범위를 초과하는 경우 전산상 입력이 되지 않게 하여 상대평가가 사실상 강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대학마다 학점등급의 비율분포가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A학점은 20%~30%, B학점은 30%, 그 이외에는 자율로 정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대평가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성적이나 과제물, 발표점수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경우에는 90점을 받고도 B학점이나 C학점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학생들의 성적이 대체로 저조한 경우에는 70점을 받고도 A학점이나 B학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교수에 따라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비율이 채우지 않고 정말로 우수한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A학점을 주기도 하고, 어떤 교수들은 20%이든 30%이든 정해진 비율의 범위를 모두 채워주는 경우도 있다. 또 극단적인 경우에는 A학점에 속하는 학생들의 학점을 모두 A+로 하고, B학점에 속하는 학생들을 모두 B+로 주는 교수도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상대평가제와 일부 교수들의 학점부여 관행을 잘 알고 있는 듯 성적정정기간이 되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성적을 상향조정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B학점을 받은 학생은 A학점으로 올려달라고 하면서 A학점과 B학점의 경계점수를 알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D학점이나 C학점을 받은 학생이 성적이 나빠서 국가장학금을 받기 힘들게 되었다거나, 기숙사에 들어가기 어렵게 되었다고 하면서 사정을 봐달라고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서술식 시험문제에 해당 문제와 상관없는 한 줄의 글을 적어서 F를 받은 학생이 자신은 결석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맨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수업을 들었는데, 혹시 교수에게 미운털이 박혀서 그런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 성적정정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정말로 우수한 답안지를 보여주면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번만 봐달라는 생떼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학생들이 취업이나 장학금 수혜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좋은 학점을 주는 것이 과연 학생들을 위하고 대학교육의 권위를 살릴 수 있는 길인가를 반문해 본다. 대학과 교수들이 더 엄격한 학사관리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 주는 것이 오히려 대학생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성숙한 지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며, 대학교육의 권위를 세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는 대학다움이 있어야 한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아침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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