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성폭력으로 달구어진 2015년 여름
[여성칼럼] 성폭력으로 달구어진 2015년 여름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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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전국 여기저기에서 성폭력 사건이 이어져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더욱더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장을 포함한 5명의 교사가 52명이 넘는 학생들과 여교사들에게 저지른 성추행부터 대구의 국회의원 성폭행 사건, 그리고 창원 시의원의 성추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성범죄 사건이 불볕더위처럼 쏟아져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 사건을 살펴보면 그 가해자들이 교사들, 그 중에서도 관리자급의 교사들, 국회의원, 시의원 등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다. 2012년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통영과 나주 등의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과 비교해 보면 지위에 있어서 그 차이가 분명히 보인다. 성폭력이 단순히 성욕에 의한 범죄가 아니라 권력의 차이를 이용해 저지르는 범죄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물론 과거에도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폭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성추행 사건 등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성폭력 사건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2015년에 이르러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이 이렇게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사실은 새삼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몇 년 간 우리는 이번의 국정원 해킹팀 관련사건에서처럼 권력자들이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자신이 했던 말을 바꿔가면서 권력을 안하무인적이고 뻔뻔하게 사용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목격해 왔다. 권력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제멋대로 남용하고,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가벼운 몇 마디의 말로 넘겨버리는 모습을 보아 왔다. 이런 태도와 행동을 견제하고 처벌해야 할 검찰과 사법부라고 하는 곳에서 그들의 권력남용을 교언영색해 면죄부를 주는 일도 허다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지금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들이 터져나오는 것이 이러한 안하무인적 태도와 뻔뻔함이 우리 사회 전체를 물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힌다.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해도 용인되거나 적당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 곳곳에 너무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 학교에서도, 시의회에서도 공공연히 성추행이 자행되고 국회의원은 출석해야할 상임위를 빠지면서까지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스며든 생각은 사건발생 후 사건이 처리되는 방식에도 적용돼 가해자는 슬그머니 빠져나가고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 받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대구 국회의원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는 세 번이나 불러서 조사를 했던 경찰이 피의자(가해자)는 피의자가 선택한 시간에 한 번 불러서 잠깐 조사를 한 후 피해자가 진술을 바꾸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권력자들의 행태에 심하게 오염된 우리 사회의 미래가 문득 두려워진다. 폭염과 열대야로 뜨거워졌던 몸이 갑자기 서늘해진다.

-덧붙이는 말:왜 언론은 대구 사건의 피해자를 한사코 40대 여성이 아니라 ‘40대 여성 보험설계사’라고 부르는 걸까?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여성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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