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지역발전의 원동력, 지역대학에 있다
[경일시론] 지역발전의 원동력, 지역대학에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8.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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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은 급변하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특히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고등교육 시스템을 얼마나 잘 구비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미국 다트머스 대학 총장 시절에 털어 놓은 얘기가 있다. 그 학교 졸업생들이 졸업한 후 5~6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지를 조사해 봤더니 40%가 졸업시점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기초학문과 교양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대학은 기초학문과 교양교육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구조와 기업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저학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공에 대한 심화교육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적응할 수 있는 수용 및 응용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 교육과정을 통해 기초학문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 융복합 학문의 지식을 습득하고 아울러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배양하기 위한 전인적인 교육을 대학이 책임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학은 기업과 조직,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와 실제로 대학에서 배출하는 졸업생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금싸라기 땅인 루스벨트 섬의 18만5000㎡를 99년간 거의 무상으로 빌려주고 1억달러를 지원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전 세계로부터 우수 대학 유치 제안서를 공모해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종 승자는 코넬대학과 이스라엘 테크니온대학의 컨소시엄이었다. 이 캠퍼스에는 향후 30년을 목표로 미래 핵심분야에 280명의 교수와 2500명의 대학원생을 수용할 수 있는 교육 및 연구개발의 허브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금융업무 및 무역 중심지인 뉴욕시가 지역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대학 유치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의 지방정부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해서 고급인력의 공급창고인 대학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뉴욕시마저 인재 중심의 지역발전 정책을 선택했다면 우리나라의 각 지역에서는 그 필요성이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지역 출신의 고급 두뇌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산업발전과 혁신을 견인해야 하며, 그 시작은 대학 연구실로부터 비롯해야 한다.

지역대학의 연구실은 단순한 R&D의 장(場)이 아니라 지역산업 발전을 이끌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중심이 돼야 한다. 지역대학이 지역 산업체와 함께 인력을 육성하고 신기술을 개발해 경쟁력 있는 기업육성의 창구가 되면 국가적 산업혁신과 고용촉진, 경제성장과 발전이 선순환적으로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중소도시의 경우 지역사회의 교육, 문화, 경제에서 지역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유럽에는 중세 이후 오늘날까지 유지 발전되고 있는 중소 대학도시들이 흔하다. 미국도 유명 대학들이 소도시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이런 도시는 지역대학을 활용해 지역 교육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상생발전하고 있다. 지역대학 기반의 혁신사업들이 확대돼야 명실공히 지역인재를 바탕으로 한 지역 혁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촉진될 것이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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