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균열 (고창환시인)
몇 마리 개미들이 빠져나온다
세월이 부식시킨 틈새
헐거워진 시멘트와 철근이 갈라서고
오래 다물었던
소리들이 빠져 나온다
완강한 것들은 그 무엇도
품지 못한다 비로소 숨쉬는 것들은
참으로 오래 견뎌온 것들이다
저 좁은 틈새마다
오래 삭은 냄새들이 굳어간다
벌어져가는
상처만이 따뜻하게 모든 것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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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와 부패는 같은 것이다. 제 속이 다 썩으면 드러내는 것이다,
더는 견딜 수 없는 시간의 숙성이 앙다문 빗장을 흔들고
결탁의벽에 스스로 균열로 저 깊이의 사연들은 틈새로 불거져 나온다,
귀를 열고 비시시 실눈으로 사방을 살피며 결국 속내를 보인다,
상처는 상처 입은 자만이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주강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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