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실수와 잘못을 공론화 할 줄 알아야
[경일포럼] 실수와 잘못을 공론화 할 줄 알아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09.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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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올해 6월쯤 홍콩 위성방송 봉황TV가 “일본 총리 아베가 일본 패전 70주년인 8월 15일을 전후해 발표할 담화에 반성을 비롯해 일본 미래의 청사진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침략 내지 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반성한다는 표현만이라도 예정대로 실현된다면 펼쳐진 역사의 진실을 인정하면서 사죄에 한발 다가가는 것이기에 그런 담화가 나오길 내심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실제 발표된 아베담화는 역시나로 우리를 실망시켰다.

국내의 크고 작은 조직의 선장들은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때 반성과 사죄라는 당연한 근본마저 무시하는 아베와 같은 행태를 취하는 경우가 있고, 이와 달리 전후 독일같이 진정한 접근방식을 취해 반성과 사죄를 하는 상식적인 경우가 있다. 문제해결도 필요하지만 제때에 진정 어린 사과를 먼저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솔직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사람이야말로 내공이 깊은 인물이라 하지 않는가. 게다가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유가 어떻든 조직의 선장은 적기에 사과부터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근래에 경제시장을 대표하는 사실상 1인자가 그룹 소속 병원의 메르스 확산 유발사태에 대해 적기에 사과하고 보완책까지 제시한 것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선거를 통해 뽑힌 선장에게서도 아베와 같은 행태를 볼 수 있다는 심각성이 있다. 심지어 국가기관인 국립대학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다하니 참으로 당황스럽다. 아무튼 결과론적으로 유권자가 잘못 뽑은 경우에 해당하는 자질부족의 이들은 대부분 조직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혁을 앞세우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를 악용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반대파의 파괴를 서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유형의 선장들 대부분은 사회적 합의라는 건 안중에도 없고 상대방을 고려치 않은 자기 진영 위주의 밀어붙이기식 독선만이 횡행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거칠고 투박한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는 더 정제된 분위기가 돼야 한다. 이에 따라 선장과 참모들의 품성도 변해야 한다. 그저 앞장서 투박하게 우릴 따르라 할 게 아니라 각 구성원들 간의 데카르트적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시대이다. 입으로는 열린 마음으로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고 하면서도 머리로는 자기 진영에게만 공간의 문을 열어두고 실질적 과정은 없이 결론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불쑥불쑥 내밀고 밀어붙이는 이중잣대의 조직에서 효율적인 이해조정이 될 수는 없다.

개혁과 창조를 핑계로 사실상의 파괴를 일삼는 선장보다 비록 더디지만 실질적인 민주적 절차를 실천해 가는 선장이 그립다. 어떠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실수와 잘못을 솔직하게 공론화함으로써 그 조직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그런 선장 말이다. 향후에는 아베를 닮거나 아베보다도 못한 선장이 나오지 않길 기대해 보지만 이는 아직도 요원해 보이는 건 왜일까. 그 몫은 결국 유권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선거가 있는 크고 작은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유권자가 각자 본인의 지난 실패를 어떤 형태로든 용기 있게 고백하고 반성하는 일이다. 그런 실천이 제대로 이행됐을 때에야 비로소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서는 무난한 성장과정 속에서 제가(齊家)의 길을 제대로 거쳐 온 양질의 후보에게 유권자의 손가락을 잘 빌려 주는 지혜가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경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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