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125> 삼정산
명산플러스 <125> 삼정산
  • 최창민
  • 승인 2015.09.03 11: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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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빛을 닮은 숲길이 울울창창
 
영원사에서 상무주암으로 오르는 길, 등산로 주변에 아름드리 수목의 원시림이 장식하고 있다.


삼정산은 지리산 북쪽에 솟은 산이다. 천왕봉∼노고단 종주코스 중간인 연하천대피소 옆 삼각봉에서 분기해 북쪽으로 이어진 산줄기 6km지점에 있다.

남쪽 삼신봉이 지리산 남릉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삼정산은 북쪽에서 북릉의 장쾌함을 조망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산이다.

함양군지에 삼정산(三丁山)으로 돼 있으나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삼정산(三政山)이라고 돼 있다. 이는 산 아래 있는 양정 음정 하정마을과 관련있다. 해발 1225m 높이에 소재지는 함양군 마천면이다.

재미있는 것은 천왕봉 왕시루봉 제석봉 연하봉 덕평봉 반야봉 지리산 주능선과 남쪽 삼신봉까지 모두 ‘봉’으로 부르고 있으나 삼정산을 비롯 오송산 창암산 세걸산 등 북쪽에 있는 봉우리를 ‘산’으로 부르는 것은 특이하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예부터 사람들은 독립된 산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럼에도 삼정산은 지리산의 향취를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주릉에서 분기했다는 이유 말고도 산을 구성하는 풀과 나무 암석들이 어쩐지 지리산 냄새가 난다. 수백년짜리 구상나무와 노송, 고사목들도 지리산의 카테고리에 묶여 있다.

산꾼들은 삼정산을 기점으로 7개 암자를 산행하는데 이를 ‘7암자 순례길’이라고 통칭한다. 남원 산내면 입석리 실상사에서 산행을 시작해 그 산내암자인 약수암과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암 영원사 도솔암으로 산행한다.

맏형 격인 실상사는 지리산 유일의 평지 사찰로 능가보월탑(보물제33호)과 보물 8점을 간직하고 있다.

1200m최상급의 상무주암에는 유명한 현기스님이 수도하고 있으며 견성골 문수암에는 임진왜란 때 1000명의 주민이 난을 피했다는 ‘천인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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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함양군 마천면 양정마을 ‘영원사’ 이정석 앞에서 출발한다. 3.2km에 달하는 시멘트 길을 꼬불꼬불 1시간 이상 걸어 올라야 한다.

한시간만에 해발 920m까지 고도를 높이면 눈 위 높은 곳에 천년고찰 영원사가 등장한다. 너무 높은 곳이어서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입구 일주문 역할을 하는 돌 기둥사이에 기대면 중앙에 ‘두류선림’(頭流禪林)편액이 걸린 대웅전이 보인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대웅전 좌우에 요사채가 배치돼 있다.

앞마당 돌기둥과 아무렇게 놓여 있는 주춧돌이 오래된 절임을 알게 한다. 터는 오랜 세월 수목에 잠식됐고, 사찰 주변에 즐비한 고승의 부도군이 잘나갔던 시절, 절의 명성을 짐작케 한다. 통일신라 때 고승 영원대사가 건립했다고 한다.

선방 9채에 100칸이 넘는 방이 있을 정도로 내(북쪽)지리에서 큰 사찰로 명성을 떨쳤다. 부용영관 서산대사 청매 사명대사 지안 등 100여명에 달하는 선승이 도를 닦은 곳이라한다.

한국전쟁과 여순반란사건의 거센 풍파를 거치면서 폐사됐다가 복원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절 마당에서 만난 보살에게 “20년전 대웅전 지붕에 기와가 없을 때 온 적이 있다” 고 하니 “온지 1년 남짓 밖에 안됐다”고 했다.

대웅전 앞마당을 가로지르면 수백년 된 구상나무 옆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길은 의외로 넓고 선명한데 산에 들면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돌아 마치 천연냉장고에 들어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 빽빽하게 들어찬 아름드리 수목 아래 자연석이 넓게 깔려 있고 그 밑으로 물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길은 좁아졌다가 드세진 뒤 능선으로 이어진다.

오전 9시 40분, 능선 갈림길에서 왼쪽 방향은 영원령으로 갈수 있는 길. ‘곰 출현’ 경고판과 길을 막은 로프가 쳐져 있어 갈 수는 없다.



 
야생 복분자.


오른쪽으로 올라야 삼정산 방향이다. 이곳에서부터 된비알에다 바위투성길로 지리산 풀과 나무냄새가 난다. 바위틈에서 온전히 자라지 못한 전나무 소나무와 서어나무는 키가 작고 비틀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버섯처럼 생긴 바위 옆을 지나고 오르내리기를 두 세차례, 10시 13분 상무주암에 도착한다. 1200m 고산지 답게 산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곰취와 야생화초가 지천이다.

암자 아래 콧구멍만한 계단식 밭에는 한분의 스님과 네 분의 보살이 작물을 심으려는지 밭고랑을 내고 있었다. 취재팀의 떠들썩한 재잘거림에도 한 사람도 허리를 펴고 고개 돌려 우리 일행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에 거처하는 큰 스님은 1970년대 도인으로 칭송이 높았던 현기스님이라고 한다.

상무주암 앞 서너 계단을 딛고 마당에 서기가 꺼려진다. 감히 어설프게 한발 올려놓았다가 호통이라도 들을까 노심초사한 것은 ‘촬영금지’ 알림판과 걸쳐놓은 ‘정낭이’ 때문이다. 큰 바위를 쌓은 돌담 사이로 흘려 본 그곳에는 당우 인법당과 삼층석탑 1기가 있었다. 암자에 걸린 편액은 신필 원광스님의 글이라고 한다.

‘주인이 없다’는 뜻의 무주 암자는 고려 선승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혜결사운동을 펼쳤던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이곳에 들어와 수도했다. 이런 기록은 순천 송광사에 세워진 보조국사비에 나와 있다.



 
상무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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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암자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암자 앞 작은 공터에 오래된 소나무가 자라고 그 아래에 평상이 놓여 있다.

상무주암을 돌아나와 삼정산으로 치올랐다. 바위로 된 자연 전망대가 나온다. 드디어 오롯이 지리산의 장쾌한 주릉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면, 벽소령을 기준으로 왼쪽 천왕봉에서 오른쪽 노고단 줄기다. 청학동 삼신봉에서 보는 장면과 정반대다. 지리산 너울이 춤을 춘다. 천년 전 지눌도 이 풍경을 봤을 것이다. 그는 이곳을 ‘천하제일 갑지’라고 했다.

헬기장 지나 오전 10시 45분에 삼정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석의 크기가 소박한데…, 그러고 보니 상무주암이나 밭 등 이곳의 물건들이 모두 소박하고 운치가 있다.

취재팀은 문수암을 거쳐 상무주암으로 돌아올 요량으로 곧바로 직진 길을 택했다. 하지만 20여분을 더 진행해도 오른쪽으로 분기한 등산로가 보이지 않아 계속 진행하지 못하고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 구간에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산죽밭이 발달한 구릉이 있어 산죽을 좋아하는 곰을 비롯해 삵 등 동물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산을 다니다보면 길을 잃는 일이 종종 있는데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과감하게 돌아서는 법도 알아야 한다.

다시 삼정산 정상에 되돌아 와 휴식하고 낮 12시께 상무주암을 통해 하산길을 택했다. 이 길은 스님들이 최소한의 생업을 유지하기위해 만들어진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려오는 자연미 넘치는 곳이다. 아무리 높은 산에 있는 암자라도 길을 뻥뻥 뚫어 차가 오르내리게 하는 여느 길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한 시간 정도 내려서면 교량이 있는 임도와 합류한다. 오전에 산행을 위해 영원사 표지석에서 영원사까지 걸어 올랐던 임도 중간지점이다.

사시사철 스님과 등산객의 목마름을 해결하는 샘터도 있다. 한결 여유가 느껴지는 하산 길에선 때늦은 자연산 복분자의 달콤함도 맛볼 수 있었다. 오후 1시 40분, 지리산 영원사 대형 이정석에 닿는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상무주암 스님과 보살이 밭작물을 관리하는 모습.
삼정산 정상 부근에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산죽을 비롯해 울창한 산림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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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초 2015-09-04 10:38:33
고맙습니다 양정에서 오르다 150미터 지점에 영원사 표지석과 영원사 입구에 영원사(靈源寺)간판석을 옮길 때, 그 길을 &#46386;은 사람으로서 현기스님보다 더 고생 한 분이 영원사 중창 한 분이(60여년을) 그 고을에서 산 어른이 계셨다 현기스님 전에 상무주에서 계신 어른의 발자취며 산 모퉁이 스님들 부도에서 벌초도 하고
길을 &#46386;을 때 우리는 손가락이 반이 절단 되면서

땡초 2015-09-04 10:47:46
길을 &#46386;을 때,
주변 길섶에 예초기로 풀을 베면서 다치기도 한 본인입니다.
보조지눌스님께서 파 논 우물이 있는데 14년 전 청소를 하고는 못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가서 청소를 해야 되는데!
큰 스님이 계실 때 일러 주신 몇 몇 토굴과
상무주가는 길이 어찌 되었는지 매일매일 길 보수 ( ㅎ ㅎ 다블로 수수리)
했던 길

땡초 2015-09-04 10:53:01
욕심없이 살다 가야 되건만 다 욕심이 많아
한 소리 해야 되는데 안즉 못하고 있으니 타불이로다
다 그 마음으로 짓고 있노라 어찌 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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