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경일시단
[주강홍의 경일시단] 개싸움(권기호 시인)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9.06  20:57:58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주강홍의 경일시단] 개싸움(권기호 시인)

투전꾼의 개싸움을 본 일이 있다

한 쪽이 비명 질러 꼬리 감으면

승부가 끝나는 내기였다

도사견은 도사견끼리 상대 시키지만

서로 다른 종들끼리 싸움 붙이기도 한다

급소 찾아 사력 다해 눈도 찢어지기도 하는데

절대로 상대의 생식 급소는 물지 않는다

고통 속 그것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건들이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개들이 지닌 어떤 규범 같은 것을 보고

심한 혼란에 사로 잡혔다

이건 개싸움이 아니다

개싸움은 개싸움다워야 한다(개판 되어야 한다)

개싸움에 무슨 룰이 있고 생명 존엄의 틀이 있단 말인가

나는 느닷없는 배신감에 얼굴이 붉어왔다



*개싸움의 신사협정일까, 생식기에 대한 존엄을 인정하는 것일까,

치명적인 급소를 공격하지 않음으로서 나의 급소도 보호받는 다는

묵시적인 합의일까. 사투에서도 비명과 꼬리만 내리면

혜량을 베푸는 규칙은 최악에서 겪는 위험성을 서로 피하는 지혜일까.

돈오돈수의 깨침을 개에게서 구한다.(주강홍 시인)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