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지행합일(知行合一)
[경일칼럼] 지행합일(知行合一)
  • 경남일보
  • 승인 2015.09.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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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직장, 학교, 동문회 등 각종 모임에서 우리가 절대 피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그런데 만나는 것이 항상 재미있고 즐겁고 설레는 것이 아니다. 가끔 나의 성향과 다른 사람과도 만나게 될 때도 있다. 그러면 때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래서 그 모임 자체는 좋아하지만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고 싫어하는 사람 때문에 그 모임에 가기가 싫고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싫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경우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호회 모임 같은 경우는 가능할지 몰라도 직장이나 학교 동문회 등에서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직장을 그만두거나 학교를 그만둘 수 없고 동문회에서 탈퇴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거나 혹은 성향이 달라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답을 줄 전문가는 별로 없다. 항상 이런 문제는 근원적인 해답만 존재한다. 그저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답같지 않은 답뿐이다.

이는 비단 사회생활에서 뿐만 아니고 가정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부부간에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사람이다. 특히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스포츠 감독과 부모의 공통점은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효성이 지극한 자식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무엇보다 효(孝)를 중요시함으로써 부모를 공경하는 미풍양속을 지켜왔다. 그런데 ‘불효자식 방지법’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니 서글프고 씁쓸하다. 입법을 통해서라도 자식들의 불효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제 효도 법으로 다스려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중국 명나라의 왕양명은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을 제창했다. 사람이 효도를 하고 있을 때만 비로소 효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행합일은 알고 나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면서 깨달아야 한다. 안다는 것은 그게 뭔지 알고 실천될 수 있을 때만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양명학의 핵심적인 이론인 지행합일설은 지(知·아는것)와 행(行·행동하는것)을 하나에 치중함이 없이 병진해야 하는 것이다. 지(知)는 행(行)의 시작이며 행(行)은 지(知)를 이룬다. 지와 행은 둘로 나눌 수 없고 하나다. 행동과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상은 단순한 떠벌림에 불과하다는 행동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비단 효도뿐만 아니라 뻔히 알고 있으면서 행동(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효도를 해야 할 텐데, 운동을 해야 할 텐데, 음주운전을 안해야 할 텐데, 불우한 이웃을 도와야 할 텐데 등 기본적으로 다 알고(知) 있는 내용이지만 행(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알고도 실천 안하는 거나, 모르고 실천 안하는 거나 결과는 똑 같다. 이제 알았으니 꼭 실천하는 문화국민이 되어보자.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경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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