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진지동굴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경일포럼] 진지동굴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9.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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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장천초등학교 옆에 벚꽃동산이 있다. 다양한 벚꽃만 있을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8개의 동굴을 보고는 모두들 의아해한다. 벚꽃동산 안팎에는 모두 15개의 동굴이 있으며 진해 전역에는 방공호와 함께 인사동아파트와 해군 체력단련장 안에도 있다. 진지동굴은 다양하다. -자형과 U자형 관통굴로써 입구와 출구가 모두 있는 곳도 있으며 Y자형으로 입구만 있는 곳도 있다. 굴착공사를 하다가 중단된 것처럼 길이가 불과 10여m인 곳도 여러 군데 있다. 장천에 있는 진지동굴은 일본군 대본영의 본토결전을 준비하기 위한 지시로 만들어진 것이다. 본토를 사수하기 위해 바다 건너 멀리 있는 진해에 동굴을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에 패배한 일본군은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고 1943년부터 미군 잠수함과 전투기는 본토와 남해안을 자주 공격했다. 1944년 사이판섬이 함락되고 1945년 필리핀과 오키나와가 공격당하면서 일본군은 패전을 거듭해 해군전력은 극도로 약화됐고 본토 상륙공격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대본영은 결호작전을 수립했는데 그 가운데 결7호 작전의 핵심은 제주도와 남해안에 상륙할 미군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미군이 본토 큐슈방면으로 침공하고자 할 경우에는 제주도를 거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남해안에도 각종 결전기지를 구축하고 모든 군사시설을 지하화해야만 했다. 진지동굴은 이때 급박하게 만들어졌다.

이완희 PD(KBS)가 발로 쓴 일본군 전쟁기지 탐사보고서인 ‘한반도는 일제의 군사요새였다’는 책을 보면 진해요항부는 1941년에 경비부로 승격됐는데 진해경비부는 제주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 지역에 주둔하는 일본 해군부대를 총괄하는 최고지휘부였다. 당연히 진해만은 공습의 주요 대상이 됐고 미군 비행기와 잠수함의 출몰이 빈번해졌다. 일본군은 이를 감시하는 초소인 특설견장소를 해사 뒷산인 진해 현동의 산성산 등 여러 군데 세우고 경비부 일대를 방호하기 위한 포대시설을 기지 주변인 진해 안곡동의 부도, 행암동, 석동, 현동 등에 설치하고 경비병력을 배치했다고 한다.

우리가 겪은 2차 대전의 처절한 아픔이 우리 동네에 아직까지 제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게 무척 다행스럽다. 일제가 이 땅에서 언제 무슨 일을 획책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그러나 불과 70년의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에 기억은 사라지고 역사적 현장은 개발에 의해 파묻히고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역사적 교훈을 배울 수 있도록 가꾸기 위해서는 먼저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다행히 창원시 근대건조물 보전, 활용 기본계획에는 진해 장천동굴이 포함돼 있다. 진해뿐만 아니라 경남지역에 얼마나 많은 진지동굴이 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어떤 모양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언제 만들었는지, 그리고 기억하고 있는 동네 어르신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문화재로 등록하거나 창원시 근대건조물조례에 근거해 근대건조물로 지정하면 된다.

이러한 사례를 제주도에서 배울 수 있다. 송악산의 해안가에 있는 17곳의 진지동굴은 문화재 제313호로, 산에 있는 13곳의 진지동굴은 제 317호로, 지하벙커는 제312호 각각 등록했다. 2012년에는 제주도 일제군사시설 실태조사를 하고 주민증언을 채록했다. 이어서 서귀포에서는 지난해 사업비 1억원을 투입해 안덕면에 있는 진지동굴 11곳에 탐방로를 개설하고 종합안내판과 전망대를 설치, 청소년체험교육장으로 만들었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경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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