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동네(neighborhood)’ 문화 바라보기
[경일시론] ‘동네(neighborhood)’ 문화 바라보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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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국제대학교 교수)
진주시와 KAI간의 우주탐사 연구개발센터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소식에 사천시가 반대하고 나섰다. 사천시의 주장은 생산기지 역할을 해온 한국항공이 있는 사천에 연구개발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지역을 지켜야 한다는 심리와 이웃에서 경계를 넘어오고 있지나 않는지 하는 심리가 중첩돼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진주와 사천이라는 지역 경계와 이웃 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사건이다.

사천과 진주는 오래 이웃으로 살아왔다. 진삼선이라는 철도로 연결돼 삼천포의 싱싱한 해산물이 진주 사람들의 밥상에 올랐다. 그리고 통학열차를 타고 진주에 공부하러 다니던 학생들의 꿈을 키우던 길이 있었다. 진주 사람들은 사천을 통해 바다로 나갈 수 있었고, 사천 사람들은 진주를 통해 더 큰 도시로 나가기 수월했던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지역에 자치정부가 들어서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이 서로 이웃동네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사천과 진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은 훨씬 많이 섞여 지역성의 구분이 쉽지 않다. 사천과 진주 사이에 출퇴근 차량행렬을 보면 두 도시 사이에 얼마나 소통이 활발한지 알 수 있다. 양 도시 사이의 경계에는 산업현장과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 생활 공간적 거리도 가까워졌다. 그 길을 따라 생계를 잇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생활의 풍부함도 더하다. 사천과 진주시민 생활의 밀착도가 높아져 훨씬 이전보다 의존적이며 상호작용하는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도시간의 현재 자치정부간의 지역성을 추구하는 관점은 이전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그동안 진주시와 사천시는 여러 사회적 현안을 놓고 적지 않은 충돌을 해왔다. 혹여나 큰 도시는 도시의 확장을 당연한 공간의 정치라는 순리로 받아들이고 있지나 않은지, 반대로 작은 도시는 지역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큰 도시의 횡포라고 여기고나 있지 않은지 되살펴 볼일이다. 자기 지역주의만을 정당한 정치행위로 여기는 경계선 긋기는 양 도시간의 관계를 경직시키기만 할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관계는 시민들의 생활을 훨씬 피폐하게 이끌 것이다.

도시간의 행정경계로만 구분 짓는 사천과 진주사이의 경계로는 미래가 없다. 두 도시 간의 시공간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작용권을 경계 짓는 테두리나 마찬가지이다. 그 테두리는 실제로 진주와 사천시민들이 함께 살아나가는 생활에서 생기는 ‘우리 관계’라 할 수 있다. 우리 관계는 진주와 사천시민들이 함께 시공간을 똑같은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이다. 그런 관계가 지속될 때 두 도시는 서로 보완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미래로 향한 발전이 원활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지역성은 양적이거나 공간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의 맥락에서 살펴볼 때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사천과 진주를 행정구역이라는 하나의 경계가 아닌 다양한 가치가 실현되는 ‘동네(neighborhood)’라는 사회적 형식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동네는 우리 삶의 실제와 사회문화적 재생산의 가능성을 가지는 실존적인 공동체이다. 양 도시의 실존적인 공동체는 시민을 포함한 지식인들의 다양한 교류와 원활한 상호작용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천과 진주가 한 동네나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우리 관계’ 만들기가 필요하다. 양 도시를 아우르는 시민포럼과 문화활동의 시작이 우리 관계를 만드는 출발이 아닐까.

 
고원규 (객원논설위원·국제대학교 교수) 경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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