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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26>밀양 만어산신비한 너덜겅에 전해오는 옛 이야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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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7  2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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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20150904밀양만어산 (11)
천연기념물 528호 만어사 너덜지대, 청도 운문사에서 삼국유사를 집필하던 일연스님은 말년에 이 너덜을 찾아 돌을 직접 두들겼다.


청도 운문사(雲門寺)에서 거처하며 삼국유사를 집필하던 일연스님이 밀양 만어사에 온 때는 1277∼1281년 사이, 70대 초반 어느 날이었다. 만어사 너덜겅 돌(돌강)에서 종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익히 들은 그는 더 늙기 전에 그 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

만어사 참배 후 해가 서산에 질 무렵 역광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절집 앞 너덜을 굽어보았다. 작은 돌 하나를 들고 그곳으로 다가가 어떤 돌이 소리가 나는지 직접 두들겨 보았다. 신기하게도 돌에서 종소리가 났다. ‘돌의 3분의 2정도가 소리가 난다’고 삼국유사에 적었다. 그리고 만어사 이야기도 적었다.

/가락국 수로왕 때 옥지(연못)에 살고 있던 독룡과 만어산에 살고 있던 나찰(사람 잡아 먹는 귀신)이 서로 정분을 통하면서 번개와 우박을 내려 4년 동안이나 이 일대 농사를 말아먹게 했다/민원이 제기되자 수로왕이 나서 부처에게 설법을 청했고 독룡과 나찰녀에게 오계(불교도가 지켜야 할 5가지 계율)를 받게 했다/그 후 피해는 사라졌고 소식을 들은 동해의 수많은 고기와 용들이 불법에 감동받아 만어산으로 몰려 돌이 됐다/이것이 일연스님이 말한 어산불영이다. 이렇게 만어사 앞 너덜겅의 전설은 태동했다. 만어사는 귀신의 기를 누르고 백성을 평안케하기위해 조성한 비보사찰인 것이다. 대웅전 불상 대좌에 새겨진 물고기가 이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산을 ‘만 마리의 물고기 산’으로 부른다. 이처럼 산보다 만어사와 너덜겅이 더 유명한 것은 일연이 직접 돌아보고 쓴 삼국유사 기록 때문이다.

▲만어산(해발 700m)은 밀양시 단장면 법흥리와 삼랑진읍 용전리에 걸쳐 있다. 절을 찾는 사람들이 임도로 연결된 정상에 오르거나 구천산까지 산행 후 영천암 염동으로 하산하기도 한다.

▲등산로, 만어사→통신시설→정상→지방도→구천산→영천암→염동→만어사 회귀(차량 이용) 휴식 포함 5시간 소요.

오전 10시, 만어사 입구 주차장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다. 들머리는 주차장 직전에 있는 임도가 기준이다. 중간에 임도를 벗어나 산길을 걷는 구간이 나오기도 하지만 곧장 정상까지 갈 수도 있다.

40여분을 올랐을까. 콘크리트 위에 지금은 사라진 부일이동통신 시설물이 서 있다. 휴대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015’라는 번호를 앞세워 부산 경남지역 고객을 아우르며 통신사의 거목으로 자리 잡았던 기업이었다. 통신산업이 휴대폰을 지나 스마트폰까지 진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쇠락해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 번호다.

모토롤라와 노키아 에릭슨 알카텔 소니 팬택 파나소닉 등 공룡기업이 명멸했으니 지금 부일이동통신 이야기가 가당찮다. 삼성과 애플이 석권하고 있는 휴대폰 시장도 어느 순간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됐건 아직도 이런 시설물이 산 정상에 남아 있는 것은 좋게 보일 리 없다.

오전 11시, 만어산 정상에서 간단한 사진촬영을 마치고 구천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둘러 자리를 뜬 것은 정상조망이 시원찮았기 때문. 산허리 9부능선에서 등산로를 살짝 벗어났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에 요즘 보기 드문 임산물에 눈길이 갔다.

옛날 사약으로 쓰였던 천남성과 차의 재료가 되는 영지버섯, 둥글레가 지천이었다. 특히 청포도 같은 열매를 달고 있는 천남성은 군락을 이루었다. 이 열매는 가을에 신비하고도 고혹적인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 식물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혈류량을 증가시켜 피를 토하게 하는 치명적인 식물이다. 숙종 때 장희빈이 마신 사약의 주재료가 천남성이다. 그러나 법제화해 독성을 잘 이용하면 혈관이 막힌 것을 풀어주는 명약이 된다.

명약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인 독이 된다. 인간사 이와 다르지 않아 어떤 일이나 사물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듯 우리 삶을 닮은 교훈적 식물이다. 이런 의미는 이름에서도 나타난다. 천남성을 풀이하면 ‘남쪽의 별’, 하늘에서 가장 양기가 강한 남쪽 별을 따와 독성 강한 식물에다 이름을 붙인 것이다. 철학적 천문학적 의미가 감탄이다.

등산로가 연결되는 산등성이는 영축지맥에 해당한다. 낙동정맥에서 분기한 영남알프스 가지산∼천성산 기맥의 중간지점인 영축산에서 남서쪽으로 내달려 시살등 염수봉 금오산 구천산 만어산 매봉산 영축지맥을 형성한 뒤 낙동강으로 떨어진다. 즉 대간→정맥→기맥→지맥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산의 막내줄기다.

오전 11시 33분, 숲속을 빠져나오면 갑자기 하늘이 뚫리는 넓은 전경이 나온다. 누군가 길을 내고 집터를 닦은 듯 한데 잡초가 무성하고 제대로 관리가 안돼 산만 훼손한 격이다.

임도 못 미친 숲속에서 휴식 겸 점심을 해결하고 임도로 내려선 뒤 된비알 산으로 올라선다.

오후 1시 40분, 갈림길에서 위쪽 길은 나무로 막혀있어 하산하려면 좌측길을 택해야한다. 내림길 숲속에서 빼꼼히 열린 건너편에 전원주택이 몇 채 보인다. 10여분만에 작은 사찰 선우사에 도착한다.

절 앞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밀양 삼랑진과 단장면 감물리를 잇는 가물리고개. 지방도에는 차량들이 숨가쁘게 넘나든다.

이 길을 가로질러 구천산으로 갈 수 있다. 30분 만에 구천산을 오른 뒤 영천암 염동으로 길을 잡았다.

차량 회수를 위해 다시 만어사에 돌아왔을 때 오후 3시였다. 일연스님이 그랬던 것처럼 취재팀 일행은 산행을 마치고 작은돌을 들고 너덜겅으로 걸어갔다. 10여개의 돌에서 맑은 종소리가 났다. 이 외에도 여러 돌에서 옥소리 목탁소리 북소리 등 각양각색의 소리가 났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돌을 두드리는 바람에 움푹 파인 것은 아쉬움이었다.

목탁소리가 나는 것은 바위 속이 비었기 때문이며 종소리가 나는 것은 바위와 바위사이에 끼인 또 다른 돌이 공간으로 튀어나와 두들기면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이도 단견(短見)에 짐작일 뿐,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지질학적으로 만어사 너덜(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528호)은 한반도의 빙하기가 끝난 후 비가 많이 내리는 과정에서 화강암이 물리적 화학적 풍화과정을 거치며 발달한 지형이다. 섬록암 반려암이 마치 양파가 벗겨지듯 풍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반도 지질형성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규모면에서도 한반도에서 두세번째다. 만어산 정상부에서 700m이상 펼쳐지며 주변경관과 어울려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밀양의 3대 신비 얼음골, 표충비각과 함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일연스님은 만어너덜 전설 외에도 서북쪽의 큰 바위는 용왕의 아들이 변해서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국유사에 ‘그 모습을 멀리서 쳐다보면 금방 나타나고 가까이서 보면 나타나지 않거나 혹은 보였다가 안 보인다.’고 기록했다.

만어사는 1181년 건립한 사찰로 대웅전과 삼층석탑(보물 제466호), 이층구조의 미륵전이 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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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어사 신도가 기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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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어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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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별 천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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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어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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