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상고법원 도입 신중해야
[아침논단] 상고법원 도입 신중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09.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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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최근 1·2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까지 상고하는 상고사건 수가 급증함에 따라 대법관 1명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도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만큼 폭증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처리한 사건은 3만7650건으로 실제 재판에 관여하는 대법관 12명이 한 해 3000여건을 처리하고 있다. 게다가 대법원은 올해 상고사건 수가 4만건을 훨씬 넘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처럼 대법관의 재판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다보니 현재의 대법원 구조로 상고심 사건을 다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인식하에 상고법원의 도입을 그 대안으로 내놓았다.

법조계에서는 상고법원의 도입을 두고 국민에게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과 오히려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기 때문에 대법관의 수를 늘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찬반양론이 뜨겁게 부딪치고 있다.

상고법원은 상고사건 가운데 새로운 법령 해석이 필요하거나 국민의 권익과 관련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중요 사건만 대법원이 맡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개인 권리구제형 일반 사건만 담당하는 별도의 법원으로서 대법원이 별도의 법원이다. 상고사건을 대법원이 맡을 것인지, 아니면 상고법원이 담당할 것인지는 접수된 상고사건의 사안에 따라 대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의 도입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대법원에서는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를 활성화해서 대법원 스스로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권은 법과 제도가 보장하고 있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누구나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에서 인정하고 있는 3심제는 상고법원을 통해서도 달성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상고법원 제도의 장단점, 혹은 도입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서 대법원의 추진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시선이 냉담하다. 국민들은 상고법원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있는데, 대법원은 마치 상고법원의 도입이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홍보하거나 일부지역의 판사들이 자전거를 타고 홍보하는 모습은 그동안 보여 왔던 법원의 격에 맞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발표한 대로 상고법원의 도입이 국민에게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 대법관의 증원과 상고법원의 설치, 상고허가제의 도입 또는 그밖에 다른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논의하여야 한다. 상고사건이 증가하는 이유는 그만큼 국민들의 사회생활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얽혀있다는 것이고, 분쟁을 무조건 대법원까지 끌고 가겠다는 잘못된 소송욕구의 발로로 폄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침해에 대한 최후의 권리구제수단이라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법원의 재판에 대해 불복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장 대법관의 수를 늘리거나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법관의 수를 대폭 증원하여 1·2심 법원의 재판업무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법관들의 전문분야를 세분화하여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소송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고사건을 줄이고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아침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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