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 이름만으로도
가족, 그 이름만으로도
  • 경남일보
  • 승인 2015.09.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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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근 (수필가·지리산 힐링 시낭송 대표)
김태근

삶은 관계의 연속이라고 한다. 사람은 가족, 이웃과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삶을 이어간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가족이다. 가족관계가 원활하게 이뤄질 때 사회생활도 탄탄해진다. ‘가족’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뤄지는 집단이라고 돼 있다. 요즘에는 가족이 한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기도 어려워졌다고 푸념하는 이들이 많다. 그나마 우리가족은 한자리에서 저녁을 나눌 수 있다. 서울에 사는 아들이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을 하고 집으로 왔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지난 8월 통영 사량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사량도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우리는 해수욕을 즐겼다. 오후 4시가 돼서야 남편의 리더 하에 옥녀봉으로 향했다. 아들과 딸은 나뭇잎을 머리에 꽂고 즐거워했다. 그런데 올라갈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기암절벽과 무시무시한 70도의 계단에서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를 외치며 남편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산 아래 풍경은 평화로운데 우리가족은 공포영화를 연달아 본 표정이었다. 결국 남편만 두 발로 옥녀봉에 올랐고 세 사람은 네 발로 기어서 올랐다. 저녁 8시가 돼서야 어둠을 데리고 펜션에 무사히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함에 온몸이 떨린다. 그래도 값진 추억 하나 챙겨 왔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 시월에 군대 갈 아들을 보면 잘 해낼 것이라 믿으면서도 걱정이 몰려온다. 대한민국 성인남자라면 당연히 군대는 가야하지만 행여 뉴스에 군대 관련 사고발생 소식이 나오면 어미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제일 좋아하는 달, 시월이 느리게 왔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사량도, 그 아름다운 섬에 섰던 추억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희로애락의 지난 세월들이 우리가족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더 단단하게 묶어 주리라. 삶이 힘겨워지면 아무 때나 달려가 안길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이웃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리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의 생각과 행동, 나의 말투와 겉모습까지 닮아 있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은 또 하나의 내 모습이다. 가족, 그 이름만으로도 내 마음에는 꽃이 피어난다.

김태근 (수필가·지리산 힐링 시낭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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