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고성 학동마을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고성 학동마을
  • 곽동민
  • 승인 2015.09.17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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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와 부자를 이어주는 돌담길 작은 창문
 
고성 학동 갤러리 정문

◇아련한 추억이 서린 학동 돌담길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이나 답사, 생각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새로운 곳에서 옛날의 아련한 옛 추억을 만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경이로움과 두터운 정겨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통해 만나는 경이로움과 더불어 아련한 추억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정겨움과 그리움은 우리들로 하여금 여행을 떠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정서적 활력을 주고 힐링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여섯 번째로 맞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은 고성 학동 마을의 돌담길과 최씨고택(매사고택)을 답사함으로써 경이로움과 정겨움,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길어 올려 힐링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진주에서 40분만에 도착한 고성군 하일면 학동 마을, 시원하게 뚫린 골목을 마치 파수꾼처럼 지키고 선 담장을 만난다.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258호 고성학동마을 옛담장, 처음 학동 마을을 찾는 사람은 담장의 장중함과 미려함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먼저 담장의 높이에 압도당하고, 돌과 황토를 번갈아 한층한층 쌓아올린 그 섬세함에 놀라고, 무엇보다도 담장에 새겨놓은 선비정신인 구휼애린(救恤愛隣) 정신을 읽고 감동을 받는다.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의 명당에 자리잡은 학동마을은 한국 전통의 선비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으로 후손들의 교육을 위해 건립한 육영재, 옛 한옥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매사고택, 독특한 담장 구조를 지닌 옛 돌담을 통해 전통문화의 가치, 옛 선비들의 정신, 그리고 예술적 아름다움을 함께 맛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면서 골목길 모퉁이를 돌 때마다 술래잡기와 구슬치기, 사방놀이 등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아 기대감과 환희로 마을 길을 접어들게 한다.


 
학동 옛 돌담길
매사고택 사랑채, 한옥체험장

◇배려와 나눔의 정신이 밴 돌담과 매사고택

학동마을의 담장은 마을 뒷산인 수태산 줄기에서 채취한 납작돌(판석 두께 3~7㎝)과 황토를 결합하여 바른층으로 쌓고 맨 위에는 기와나 짚 대신 구들장 판석을 얹었는데 그 모양이 갓 쓴 양반처럼 품격을 갖추고 있으며, 다른 마을에서는 보기 힘든 마을 고유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긴 돌담은 시루떡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황토빛 돌담길을 따라 걷노라면 아련한 고향의 정취와 더불어 어린 시절 추억들이 하나하나 되살아나는 듯한 정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여기까지는 어쩌면 이름난 마을이면 가끔 찾아볼 수 있는 풍경들일지도 모른다. 돌담의 겉모습만 보지 말고 그 속살을 엿보면 탐방객의 생각을 뛰어넘는 위대한 정신이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대체로 돌담은 아래쪽에 개구멍이 있는 것으로 끝나는데, 매사고택의 대문 양쪽 담에 어른 키 높이쯤 주먹 두 개가 들어갈만한 구멍이 뚫려있다. 담장 밖에 사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내주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곡식을 갖다 놓았던 구멍이라 하는데 바깥사람들이 집안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배고픔을 달래라는 배려의 구멍이다. 이 구멍 속에 담긴 정신은 그야말로 노블리즈 오블리제의 표본이라 해도 지나친 말을 아닐 것이다. 부자 마을은 많지만 하나의 단위 마을에서 이처럼 고결한 정신이 담겨있는 곳을 찾기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매사고택의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있는 굴뚝의 높이는 어른의 무릎보다 약간 높다. 낮은 굴뚝은 밥을 지을 때 나는 연기가 밖으로 나가면 양식이 없어 굶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힘들어진다고 바깥쪽으로 연기가 나가지 않게 하려는 주인의 배려 정신이 잘 드러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함께 탐방에 나선 미국인 밀러씨도 이러한 건물구조에 담긴 정신을 듣고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배려의 정신이 깃든 무릎 높이의 굴뚝

◇전통한옥체험장인 매사고택과 학동갤러리

솟을대문과 사랑채, 안채, 음식창고, 고방, 샛문 밖의 텃밭, 우물과 정원 등이 ㅁ자 구조로 이루어진 매사고택에선 옛선비의 품격과 질서가 잘 배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멀리 서울에서 또는 가까운 곳에서 전통한옥체험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대청마루에서 차를 달여 마시면서 뒷산 수태산에서 들리는 소쩍새 울음소리와 추녀 끝에 달린 풍경이 흔들리는 소리만 들어도 도시 생활의 각박함과 번거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에 충분한 격조높은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즈넉한 마을의 이마에 쏟아질 듯 내려온 별들이 더욱 전통 깊은 마을의 풍취를 더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을 동쪽에 학동갤러리가 있는데, 주인 아저씨의 다감한 솜씨로 온갖 이뿐 풍경들을 집에 들여놓았다. 잘 가꿔진 뜰을 지나면 대나무숲 우거진 죽로원을 만나는데 더운 여름에도 대숲에 잠깐만 들어가 있어도 시원한 느낌을 맛볼 수 있고 평온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

◇아름답고 격조 높은 삶

마을 입구엔 을사늑약이 체결되었을 때, 일제가 명문가를 꾀려고 은사금(恩賜金)을 내리자 자결로써 거부하여 절의를 지킨 서비(西扉) 최우순의 순의비(殉義碑)가 있고, 순의비를 지나 학동마을 서쪽에는 최씨 집안의 후손을 가르치던 육영재(育英齋)가 있는데 마을에서 700m 정도 논길을 걸어가면 닿는다. 훌륭한 가문은 하루 아침에 탄생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육계, 언론계, 재계, 정치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육영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란(芝蘭)이 있는 방에 있으면 부지불식간에 몸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고 한다. 학동의 돌담길과 매사고택에서 우리는 옛 정취와 추억을 되새기고 훌륭한 가문에 서려있는 격조 높은 삶을 익힘으로써 우리는 행복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어떤 삶이 진정 아름다운 삶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종현(시인)


 
학동갤러리 후원의 죽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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