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수목장(樹木葬), 어찌 볼 것인가
[경일포럼] 수목장(樹木葬), 어찌 볼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5.09.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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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아마도 다음 세대에는 묘지를 관리하거나 벌초하러 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풀로 우거진 선산의 조상 묘를 그들 스스로 찾아가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금도 예초기를 메고 벌초를 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집안의 장손이나 가장들이 총대메기 식으로 예초기를 메고 벌초를 하는 게 다반사기 때문이다. 주변의 이야기들 들어보면 그렇다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장묘문화로 산지가 훼손되는 것은 둘째치고 앞으로는 수대 위의 조상 묘를 돌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것도 문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대가 지날수록 수대 위의 조상 묘들은 방치된 묘소로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목장은 가뭄과 화재에 취약하고 또 병충해로 인해 지정한 수목이 고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암석장(巖石葬)을 하자고 주장한 글을 보았다. 그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은, 우리의 장묘문화를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바꾸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수목장을 하려고 할 때에도 수백 또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다. 그뿐만 아니라 주로 비싸게 사용된 소나무도 소나무재선충병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산불이라도 나면 어쩌냐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맞는 말이다. 무엇보다 필자는 수목장의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수목장 사용료를 검색해 봤더니, 한 예로 경기도의 한 수목장림에서는 소나무 가족형 4기가 1200만원이고 관리비는 1년에 7만원으로 나와 있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돌은 산에 흔하고 또 산불이나 병충해나 관리비 등등 금전적으로 돈도 들지 않고 또 신경 쓸 것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의 장묘문화나 비교론적 가치관을 지닌 우리의 문화 심리적 사고 속에서 판단해 보면 암석장은 또 그 나름의 문제를 몰고 올 것이란 생각이다. 과거 대청댐 수몰지역뿐 아니라 강이나 하천에서 좋은 돌들은 싹쓸이하다시피해서 표지석이나 전시석으로 팔고 있지 않은가. 표지석이나 정원석들의 가격은 억대를 넘어가는 것들도 부지기수다. 암석장을 하다보면 남들보다 좋은 돌을 가져다 비석처럼 쓰려고 그런 돌들을 산이나 들로 가져다 놓을 것 아닌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생각과 제안을 해보는 거다. 수목장의 근본취지는 국토도 좁은 우리나라에서 산지훼손이 심각하고 장묘문화에 대한 간접적 소요비용이 많이 드니 자연친화적으로 살아있는 나무와 죽은 자의 영혼이 하나되는 아름다운 문화로 자리 잡자는 의도라는 측면에서 국가나 지자체, 그리고 산림을 소유한 독림가들이 나서서 수목장 문화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목장으로 지정되는 수목은 산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찾아가기도 쉽고 꼭 소나무재선충병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산불에도 강한 참나무류나 활엽수종들을 적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수령이 오래되지 않았다 해도 잘 자라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수종이라면 어떤가. 비용도 줄이고 국가나 지자체는 국민들의 보다 생태적이고 건강한 장묘문화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산자락을 공원화하고, 산주들은 수목장림 운영과 산지관리로 수입도 얻을 수 있는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우후죽순, 수목장림을 하겠다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 산지관리의 근본목적과 배치되는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 수목장이라면 근본적인 수목장의 취지는 빛바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경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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