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영남권의 ‘새판 짜기와 공천 대학살론’
[경일시론] 영남권의 ‘새판 짜기와 공천 대학살론’
  • 경남일보
  • 승인 2015.10.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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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내년 총선 공천방식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당·청 갈등이 일단 양측의 확전 자제로 외견상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최고위원회에서 공천방식을 결정할 특별기구 구성의 위원장과 위원선임으로 또다시 계파갈등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친박들의 당 대표 흔들기 행태는 그야말로 목불인견 수준이다. 여야를 막론, 국민은 안중에 없이 새누리당은 친박-비박 간, 새정치연합은 친노-비노 간 ‘공천전쟁 밥그릇 싸움갈등’을 보면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침묵을 깨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김무성 대표가 정치적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안심전화 공천제’를 작심, ‘공천 쿠데타하려는가, 민심왜곡 등 5대 우려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여야 동시 국민참여 경선으로 후보선출 방안을 법제화하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약속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비서들을 내세워 당내 공천문제에 감 놔라 대추 놔라 개입은 옳지 않고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기름장어 별명’ 반 총장과 박 대통령의 변수

사람만 바뀌었을 뿐 청와대에 무릎 꿇는 여당의 모습은 ‘유승민 사태’ 때와 다르지 않다. 언제까지 대통령이 여당을 틀어쥐고 흔드는 후진적 정치행태를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유신독재 시절 유권자의 뜻을 무시한 ‘만악(萬惡)의 근원’이라 했던 전략공천은 안되며, 정당공천에 청와대의 노골적인 개입은 옳은 일은 아니다. 영남권의 누구든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어 본선보다도 새누리당 텃밭의 공천을 누가 거머쥐느냐는 예선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천방식, 계파싸움 등 수많은 변수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공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영남권 의원들의 처지가 아주 난감해 보인다. 공천 때문에 잠 못드는 금배지들이 많다. 오죽했으면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간다’는 심경도 털어놨다. 교체지수 적용을 놓고 벌써부터 좌불안석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천경쟁의 각자도생(各自圖生) 의원들의 모습에서 조바심을 엿볼 수 있다. 금배지 자리를 두고 현역과 선량이 되려는 신인들 간에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도전자가 속속 등장, 현역 의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상주, 지역구를 관리하거나 보좌진을 급파, 유권자 보듬기에 나서고 있다.

여권에서 ‘반기문 대안론’이 나오는 상황과 뉴욕 행사의 초점이 새마을운동 홍보에 맞춰진 점 등 박 대통령과 7차례 만남의 관계를 단순한 외교적 행사로 보아 넘길 수 없게 한다. ‘기름장어’란 별명의 반 총장 발언을 의례적인 것으로 넘겨버리기 힘든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여권의 친박 진영에서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반 총장을 자주 거론하는 상황의 변수와 무관하지 않다. 박-반 연대설의 당·청 갈등은 숨은 화약고가 될 수 있다.


공천만 받으면 편하게 당선, 무능자 많아

박 대통령이 TK의원들을 손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 ‘멘붕 상태’에 빠져 있다. 그간 반복되는 공천 이전투구 다툼에 신물이 난다. 영남권은 ‘공천=당선’이라는 등식 때문에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뛰는 이는 극소수로 당내 정치에 매몰돼 자기 살 궁리만 하기 일쑤였다. 공천만 받으면 편하게 당선, 무능자가 많아 ‘새판 짜기와 대학살’ 소식에도 아쉽거나 안타깝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아 물갈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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