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전통예술축제 맛보기 (8)합천밤마리오광대
경남전통예술축제 맛보기 (8)합천밤마리오광대
  • 김상홍 기자
  • 승인 2015.10.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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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광대의 탈놀음 '오광대 발상지' 유래 전해
 
합천밤마리오광대보존회원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밤마리)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흥행단이 들어와 오광대놀이를 해왔고, 낙동강을 따라 오가던 많은 사람들이 밤마리의 오광대놀이를 보고 전국에 전파했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오광대놀이의 발상지가 밤마리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유래

이 지역에서 오광대 놀이가 언제 형성되었는지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관련자료 및 마을 어르신들의 기억들을 더듬어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전설에 따르면 350여년전 대홍수 때 큰 나무궤짝 하나가 이곳 밤마리에 떠내려 와 마을 사람들이 건져서 열어보니 궤짝 속에는 많은 가면과 ‘영노전초권’이라고 하는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당시 마을에는 전염병과 재앙이 그치지 않으므로 좋다는 방법을 다 해봐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으나 어떤 사람의 말대로 탈을 쓰고 그 책에 쓰여 있는 놀음을 하여 보았더니 이상하게도 재앙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탈을 쓰고 연극을 해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당시 낙동강 물류의 중심지인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밤마리)에는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흥행단이 흘러 들어왔고 또한 낙동강을 따라 오가던 많은 사람들이 이곳 밤마리의 오광대놀이를 보고 많은 곳에 전파(傳播)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광대놀이는 밤마리가 발상지라 하는 것이며, 이 탈놀음이 오광대라고 불리는 것은 이 놀음의 첫 과장(科場)이 다섯 광대가 등장하면서 시작되므로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위의 민담전설을 통해서는 그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는데 , 이에 대한 사실들은 또 하나의 민간 전설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초계에 ‘말뚝이’라는 마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성이 박가요, 원은 양반이었으나 하인 노릇을 하며 지냈다. 초계는 양반이 억세어 상민이나 하인을 천대 또는 무시했다. 이에 화가 난 말뚝이가 양반의 내정을 알아서 그 추행을 촌민 10여명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 폭로를 했다. 그때 제 얼굴을 하는 날이면 양반들로부터 경을 치니 탈을 쓰게 되었다. 이것이 소위 오광대 놀이의 시초다. 그 후 동래의 한량이 농군의 놀음놀이로는 아깝다고 하여 배워 갔고, 동래에서 창원을 거쳐 통영까지 오게 되었으니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약 60~70년 전이 될 것이다.

이 전설은 오광대 놀이의 성립시기가 약 100년 전 1860년경임을 추정하게 한다. 그 배경 성립에 있어서도 양반의 천대와 무시에서 비롯된 양반과 말뚝이의 갈등관계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이와 같은 기록과 초로들의 기억을 더듬어 살펴본 오광대는 약100년 전인 1860년경에 양반과 하층민간의 갈등에서 하층민의 한을 풀기위한 한 방편으로 시작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민간 전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았듯이 이것이 오광대 놀이의 시초이며 그 후 동래와 창원, 그리고 통영까지 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말뚝이
양반과장


◇작품 내용

합천밤마리 오광대에는 총 여섯과장이 있다. 제1과장 오방신장무과장, 제2과장 중과장, 제3과장 양반과장, 제4과장 영노과장, 제5과장 할미,영감과장, 제6과장 사자무과장이 있고, 제3회 경남전통예술축제에서 선보일 과장은 양반과장과 영노과장이다.

▶제3과장 양반과장

차림새가 근사한 원양반과 차양반, 홍백양반과 더불어 초란이와 턱까불이, 콩밭골손, 곱사, 말뚝이가 한바탕 춤을 추며 등장한다. 초란이와 곱사는 서로 뒤엉켜 무대 주위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춤을 추어 관중의 흥미를 유발한다. 양반의 가면이 대체로 일그러진 모습인 것부터가 양반에 대한 민중의 적대감, 혹은 위신의 실추를 드러낸다.

말뚝이를 부르는 양반들은 자신들의 지체를 가능한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말뚝이는 “내가 이 동네 말뚝을 박고 굴러먹은 지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며 “내가 어찌 너거들 근본을 모르겠느냐”고 도리어 양반을 타매(唾罵)한다.

그가 비난하는 홍백양반이나 턱까불이, 초란이, 콩밭골손, 곱사는 모두 출생의 과정이 순탄치 않거나 불륜으로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말뚝이의 비난은 이런 비정상적인 태생에 초점이 가 있으며, 개인적인 불만이 아니라 양반 전체를 싸잡아 공격한다는 사회비판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이에 대항해 양반들이 떼를 지어 공격하자 말뚝이가 선조 7대, 8대, 9대가 병조판서, 호조판서를 마다했고, 5대, 6대조가 좌우승지를 마다했다고 자신의 내력을 소개한다. 이어 4대조는 홍문관 대제학을 지냈고, 할아버지는 좌의정, 우의정을 지냈으며, 아버지는 오문군도대장을 지냈다며, 양반들을 “내 발등에 엉겨 붙은 모구 새끼만도 못한 놈의 새끼들”이라고 모욕한다.

이에 양반들이 사죄를 하자 말뚝이가 개과천선하고 농민을 사랑하자고 권한다.

이 대목에서 양반들이 하는 노랫말이 있는데 거기에는 양반들이 소금배를 탔다거나 소금을 사라고 외치는 대목은 앞에서의 말뚝이의 비판에 의해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그 노래가 민중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양반 마당의 주제가 제대로 살아있다고 보겠다.



 
양반과장


▶제4과장 영노과장

영노는 양반을 잡아먹고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심으로 인간계에 나타난다. 양반이 자신의 정체를 묻자 온갖 것을 들이대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영노에 대해 “실재하는 동물이 아니라 상상의 동물을 인격화한 것으로 본다는 물의 신 뱀을 신격화 한 것인데, 뱀이 용이 되어 승천하기 때문에 새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영노새(통영오광대)로 의식되었고, 급기야는 조형적인 정체성을 잃고 사자탈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아무튼 영노는 무엇이든 잡아먹고 누구나 이길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근거로는 밤마리에 전해오는 전설에서 “홍수에 떠내려 온 궤짝 안에서 가면들과 ‘영노전 초권(初券)’이라는 책이 들어있었다”는 내용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밤마리에는 전염병과 재앙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 책에 쓰인 대로 탈놀이를 해보니 이상하게 재앙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처럼 자연적 재앙을 없애는 영노가 탈놀이에서는 양반을 잡아먹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으니, 이는 ‘재앙의 내용인즉 양반의 억압이다’는 민중의 주장을 담기 위한 설정인 셈이다. 영노는 민중의 적대세력인 양반을 해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억압에 저항하고자 하는 민중의 대변인 역할을 하려 한다. 특히 근대에 가까이 올수록 영노의 절대적 힘은 민중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었을 것이다.

양반이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을 갖가지로 위장하는 말에서 위신이 추락된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영노의 아버지라 주장하지만 그래도 영노는 잡아먹겠다고 덤빈다.

결국 영노를 물리친 양반은 세상사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고향산천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양반에 대한 저항에는 일정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탈춤을 추는 이유가 사회비판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영노과장
영노과장


◇합천 밤마리오광대를 만드는 사람들

▲상여꾼 = 성영기·서상안·최응집·정수동·최호준 ▲초란이=성상경·오세창 ▲양반·말뚝이=조찬래·정영환 ▲영노=노성용 ▲차양반=이성걸 ▲원양반=유인식 ▲적제신=장순욱 ▲백제신=김명자 ▲콩밭골손=김말봉 ▲곱사=김해숙 ▲턱까불이=추명자 ▲할미·청제신=김정숙 ▲제물댁·흑제신=임미경 ▲악사(상쇠)=문영호·노정욱 ▲악사=구자수·최창집·권기태·조임섭·이용철·반길순·김금연·김영선·노영자·이순점·피윤숙

자료·사진 제공=합천밤마리오광대보존회
합천/김상홍기자



 
오광대 발상지 비석
할미.영감과장
할미.영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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