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닮은 사람들
꽃을 닮은 사람들
  • 경남일보
  • 승인 2015.10.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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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이 (경남수필문학회장)
이동이
무심한 바람결에도 가을색이 묻어오는 날이다. 들녘에는 신이 처음과 마지막에 만들었다는 코스모스와 국화가 가득 피어 있다. 맨 처음 코스모스를 만들었지만 너무나 가냘프고 마음에 차지 않아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로 꽃을 만들다가 마지막으로 빚은 꽃이 국화라고 하니 가히 꽃의 완성품답다.

가만히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꽃의 마음을 닮아간다. 그저 아름답게 피어나려는 올곧은 마음을. 그러고 보면 꼭 그와 같은 분들이 있었다. 몇 해 전, 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가입해 열성을 쏟던 분들이다. 헬스장엔 여러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 건강미 넘치는 회원들로 붐볐다. 근력을 키우고 몸을 다듬는 그들을 보면 튤립이 생각났다. 어떤 꽃보다도 선이 볼록하면서도 뚜렷한 모양은 잘 단련된 근육을 방불케 했다.

요가교실에서는 유연한 스트레칭으로 뭉친 혈을 풀기도 하고, 명상음악을 통해 수행의 정신적인 충족감도 얻었다. 아주 천천히 그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는 난초를 닮았다. 반듯하고도 시원스럽게 뻗은 그 자태가 곧 그러했다. 몇 년째 스포츠댄스를 한다던 노인은 처음의 수줍음과는 달리 상당한 실력을 갖춰 자신감이 넘쳤다. 흥겨운 스텝을 밟으며 함박웃음을 짓던 그분은 거친 해풍에도 시들지 않고 벼랑에서 꿋꿋하게 피어난 해국이었다. 그분에게 남은 시간은 경쾌한 댄스음악처럼 신명날 것이었다.

노래교실은 늘 왁자했다. 슬플 땐 경쾌한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건전하고 좋은 음악의 기운이 온종일 함께하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어떠한 결함마저도 노래 속에 던져서 삭혀버리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인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그들은 피는 곳마다 환한 세상을 열어주는 화사한 벚꽃을 떠올리게 했다. 화르르 피어나 온 천지에 행복을 나눠주니 모두의 마음속에 핀 꽃의 마음을 닮았기 때문이다. 한층 매력에 빠지게 하는 강습은 밸리댄스였다. 화려한 의상을 갖추고 춤을 추는 무희, 그 모습은 마치 은밀한 부분을 살짝 드러내면서도 당당하게 피어나는 상사화와 같았다. 혼자서 추는 댄스처럼 저 홀로의 의연함이 있어서 더 그랬다.

날마다 지게 되는 등짐 잠시 내려놓고, 언젠가 마음에 심었던 꽃향기에 한껏 젖어보면 좋겠다. 그래서 저들과 같이 꽃의 마음을 닮았으면 좋겠다.
이동이 (경남수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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