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마음, 자식 마음
아비 마음, 자식 마음
  • 경남일보
  • 승인 2015.10.07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평규 (아동문학가)
조평규
일전에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한 사람의 얘기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여기에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그 사람은 유명(幽明)을 달리한 사람의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 유품을 정리해 주는 ‘유품 정리사’였다.

죽은 지 몇 날 며칠이 지나서, 고약한 냄새 때문에 문밖 출입을 할 수 없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발견된 독거노인의 시신.

경찰의 추적 조사로 자식을 찾아내게 되었고, 입던 옷이며 가재도구, 서랍 속에 있는 물건을 정리해 놓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고인이 된 아버지의 유품을 이것저것 살펴보기만 할 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리어카를 끌고 종이상자며 빈 병을 주워 모아 생활하던 노인에게 무슨 값진 물건이 있었겠는가.

“아무 것도 챙길 것 없어요. 쓰레기차 오면 ….”

“그렇지만, 벽에 걸린 당신 아버지 사진(영정)은 가져가셔야지요.”

“지하 셋방에 살고 있는 제가, 사진 가져가서 어디에 모십니까? 안 가져가겠습니다.”

“아버지 사진을 쓰레기차에 실어 보낼 수는 없잖소. 깨끗한 곳에 가서 불사르든지 ….”

유품을 정리한 사람이 사진 액자를 뜯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자식이 가져가지 않겠다던 사진 액자 속에서 현금이 주르르 쏟아졌다.

폐품을 주워 모아 생활하던 독거노인이, ‘나 죽으면 자식이 내 사진은 챙겨가겠지. 그래, 이 사진 액자 속에 아껴 둔 돈을….’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 마음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몇 줄 써 보았다.


조평규 (아동문학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