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축제 유감
유등축제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5.10.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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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동 (경남문인협회 회장)
김연동
진주는 10월이 되면 가장 분주한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올해 65회를 맞고 있는 개천예술제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며 새로운 화제들을 낳아 왔다. 그러던 개천예술제에 유등놀이가 접목되어 그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며 관광의 백미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백일장, 소싸움 등 종전의 인기 종목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하더니, 급기야 개천예술제라는 존재감마저 뭉개버리고 있는 것 같다. 서울시와의 유등놀이 모방시비로 인해 진주 시장님의 1인 시위가 전국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관계자들의 애쓴 보람으로 유등축제는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축제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하였다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자타가 인정하는 전국 최고의 볼거리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잘 진행되어오던 유등축제가 진주시민들의 눈에 시빗거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백일장 행사에 참석하러 출발하면서 남강다리를 건너 갈 때 버스 위에서나마 잠깐 멋진 유등의 장관을 보리라는 생각을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유등이 있는 촉석루 쪽은 장막으로 가려 있어 버스 위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마치 소통의 장막을 보는 느낌이었다. 멀리서 언뜻 보는 풍경의 매력이 입장료를 내고라도 다가가고 싶도록 하는 유인책이 될 법도 한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 만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보고 싶은 생각이 싹 가셔버렸다.

진주 문인들을 만나 이 말씀을 드렸더니 이구동성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국가의 지원이 줄어들어 짜낸 발상이라고는 하지만, 장막을 치는 경비와 축포를 쏘는 숫자를 줄여서라도 절약하고 또 다른 방도를 강구하여 필요 경비를 조달했어야 한다는 말씀들을 하셨다.

진주에 갔다하면 한 잔 술에, 비빔밥에 얼큰하도록 비빈 인심을 담아왔다. 전통문화와 예술에 대한 깊이를 느끼게 하는 넉넉한 도시라는 이미지가 나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유등축제가 빨리 끝나고 나면 장막에 막혀버린 넉넉함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 축제 기간 동안 얻는 입장료보다 잃을 게 더 많을 것 같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가지는 복잡한 것 같지 않았다. 지방자치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시책으로 인심을 이렇게 잃어도 관계없는 일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아니냐고 말씀하시던 비아냥이 귀전에 쟁쟁하다.

김연동 (경남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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