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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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5.10.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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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삼천포항 남일대 최치원 기념 백일장
지난 9월 11일 사천포항 남일대해수욕장에서 남일대보존회(회장 이은식, 경주최씨 종친회 후원) 주최로 고운 최치원 선생 기념 백일장이 열렸다. ‘남일대’는 통일신라시대 대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이 ‘남녘 제일의 절경’이라 이름 부른 데서 연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평 중국 국가주석이 최치원의 한시 ‘범해(泛海)’를 인용하면서 최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시는 다음과 같다.

“돛 걸고 바다에 배 띄우니 긴 바람 만리에 통하네/ 뗏목 탄 한나라 사신과 불사약 찾던 진나라 아이들이 생각나네/ 해와 달은 허공 밖에 있고 하늘과 땅은 태극 안에 있네/ 봉래산이 지척이니 나 또한 신선을 찾아가네” 망망대해에 돛배 띄우고 귀국하는 최치원이 배 안에서의 심회를 노래한 것인데 잘 쓴 시로 읽힌다. 현재, 과거, 상황, 심정의 순으로 이어지는 시의 구조가 탄탄하다. 시진평이 굳이 왜 최치원의 이 시를 선택한 것일까? 천년 전부터 한국과 중국이 외교와 웰빙의 문제로 관계지워져 있었음을 확인하면서 최치원을 매개로 돈독한 선린 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남일대 보존회는 가을 해변의 파도소리와 낭만의 정취를 즐기며 고운 최치원 선생의 사상과 문학을 콘텐츠하는 관광과 축제의 장으로서 백일장 대회를 연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이날 개회식은 방송인 이상벽의 사회로 시작되었는데 사천문인협회(회장 황규홍)의 주관으로 사천지역 국회의원, 추진위원장, 지역의 각급 기관장 등이 두루 참석했다.

초등, 중등, 고등, 대학일반부로 나뉘어 실시됐는데 일반부 글제는 ‘다리’였다. 최고상은 다리를 두고 최치원이 다리를 놓았다고 써서 감동을 주었다. “그는 먼저 한류의 다리가 되어/ 시와 문장으로 신라의 지혜를 넘겨다/ 심었지요 그쪽 빈공과 과거에 이름 올렸어요// 그는 그곳 황소의 반란이 일 때 격문을 써 반란/ 진압에 다리를 놓았지요//수많은 저작을 남긴 끝에 귀국의 길/ 왕에게 저작을 헌정했는데/ 그 저작이 신라에서 당으로 가는 다리였지요/ 그의 다리는 연륙교와 같은 중복 다리로 빛났지요/ 학문이 유불선 3교에 놓는/ 다리, 융복합 연륙의 다리인 셈이었지요./ 그는 천령태수가 되어 상림숲을 만들고/치수와 치풍,/ 관아와 백성 사이 튼실한 다리를 놓았어요......”상당히 긴 시로서 다리를 주제로 최치원의 일대기를 쓴 셈이었다.

그다음 우수상은 이승을 떠난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에 다리가 놓였다는 시이고 장원작은 그대와 나와의 사이에 다리를 놓으며 살아가는 사랑의 삶을 노래했다. 3작품 다 특색이 있는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처음 시작하는 이 대회는 일반부에 상금도 두둑히 걸었다. 최우수상에 3백만원, 우수상에 100만원, 장원에 50만원을 걸었다. 장원이 형식적으로 3등에게 주는 것이라 상급에 약간의 혼란이 주어졌지만 상의 서열을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혀 시험삼아 실시해볼 만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그 대신 중고등부에 상금을 좀 과다히 책정한 것이 문제일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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