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유등축제 양가성(兩價性)과 ‘남강’
[경일시론]유등축제 양가성(兩價性)과 ‘남강’
  • 경남일보
  • 승인 2015.10.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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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유등축제가 끝나고 축제의 성패에 대해 지역사회의 상반된 태도가 첨예하다. 이미 유등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장막(帳幕)을 남강에 두르는 일을 두고 상반된 여론이 찬반으로 갈려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여론의 소용돌이는 축제를 마치고도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한 상반된 대립은 입장료 수입이 목표치를 달성했는지 같은 시시콜콜하게 수지타산만 따져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번 유등축제는 동일한 대상을 두고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양가(兩價)의 정서가 존재한다. 그 정서는 남강을 두룬 장막을 경계를 두고 성패를 가늠하고자 대치하고 있는 진영처럼 지역사회를 상반된 여론으로 나눈다. 원래 남강에 장막을 설치한 것은 순전히 입장료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주최측의 생각은 관광객들로부터 제대로 수입을 얻어 내기 위한 장치였다. 유등관람객들로부터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반면에 진주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이 기억하는 남강에는 축제기간 진혼의식이었건 아니었건 손수 만든 등이 두둥실 떠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멀리서 바라보는 유등의 야경은 한꺼번에 막힌 삶의 체증을 뚫어주는 해체와 소통의 묘약 같은 것이다. 유등축제가 풍성해질수록 지역 상인들에게도 축제 장터를 확장시켜 쏠쏠한 수입을 가져다준 ‘고마운 남강’이었다. 그런 시민들에게 장막은 소통의 공간으로 여겨온 남강을 막는 가림막일 뿐이다.

유등축제의 성패 논란은 현실적 가치판단에만 의존해서 해소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축제기능은 관광수입과 같은 지역경제효과와 지역사회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삼는다. 그런 축제는 팔기 위한 상품이 돼 재정수입을 올리도록 수단이 목적으로 바뀌게 된다. 유등축제를 하는 목적도 경제적인 이득에 수렴돼 편향적 가치가 지배하게 된다. 유등축제의 세계화도 유등도시 진주를 세계에 알리는 용이한 수단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능도 과하게 생각하다보니 ‘해외 등전시를 유등수출’로 과장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축제의 현실적인 가치를 아우를 수 있는 가치는 그 본질적 속성에 있다. 축제에는 세속적인 삶에서 생기는 인간적 소외를 용해시키는 속성이 들어 있다. 축제 속에는 통합과 소통의 가치가 있다. 그래서 그 유래나 기원에 관계없이 축제는 사회를 결속시켜주는 순기능을 한다. 유등축제는 그동안 남강이라는 공간을 통해 소통을 해왔다. 유등축제 기간의 ‘남강’은 지역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하는 무대이면서 연결해주는 고리나 마찬가지이다. 이번 장막의 설치는 시민들을 남강으로부터 차단하고 분리시켜 소외감을 만드는 장치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진주시장께서 장막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환영할 일이다. 올해 유등축제의 장막은 상반된 감정을 만들어낸 원인을 제공했다. 그만큼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뜻이다. 주최측은 외지 손님을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질서 있는 축제를 바랐다. 하지만 남강의 유등을 보이지 않도록 가로막는 답답한 장막은 찢겨 나갔다. 물론 가림막을 찢어버린 시민들의 행태가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장막 너머 불빛이 휘황한 감성의 축제열기 속에서 이성적인 질서를 잘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것도 틀렸다. 관광객들이나 시민들이나 같은 남강의 유등을 두고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장막은 그래서 걷어내야 한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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