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리포트] 어머니와 함께 한 네팔순례
[시민기자 리포트] 어머니와 함께 한 네팔순례
  • 경남일보
  • 승인 2015.10.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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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무스탕의 관문 ‘까그베니’로
[시민기자 리포트]어머니와 함께 한 네팔 순례<2>무스탕의 관문 ‘까그베니’
 
까그베니 마을. 멀리 닐기리 봉이 보이고, 마을 옆으로 칼리 간다키 강이 흐르고 있다. 정형민시민기자
까그베니언덕에 도착한 어머니. 정형민시민기자


9월 17일 오후 1시 10분에 카트만두 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2시 무렵 포카라 공항에 착륙한다. 카트만두가 네팔의 수도이자 관문이라면 포카라는 네팔 제2의 도시이자 네팔 최고의 휴양지다. 올해 가을은 유독 네팔의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매연으로 가득한 카트만두의 하늘마저 청명했으니 포카라의 하늘은 말해서 무엇하리! 두번째 네팔여행을 하는 어머니는 마치 고향집을 찾아가듯 무척이나 편안해 보인다.

그런데 페와 호수를 따라 형성된 관광지인 레이크 사이드에 여행자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보통 9월부터 네팔 관광의 성수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레이크 사이드는 편하게 길을 걷기 어려울 정도로 여행자들이 넘쳐나야 한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지진의 여파로 여행자들이 네팔방문을 꺼리기 때문이리라. 조금씩 여행자들이 찾아오고 있지만, 예년의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관광이 국가의 큰 수입원인 네팔로서는 지진으로 인해 이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포카라의 레이크 사이드에서 며칠 조용히 휴식을 취한 후, 9월 20일에 비행기를 타고 좀솜으로 넘어간다. 아침 7시 10분 출발하는 비행기다. 다행히 7시 30분 경에 비행기가 이륙한다. 네팔에서 비행기가 20~30분 정도 늦게 떠는 것은 정상적으로 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좀솜(2720m) 구간은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 에베레스트 지역의 관문인 루프라(2840m) 구간의 악명에는 비교할 바 못되겠지만, 작년 가을 까그베니로 들어갈 때 안개로 인해 포카라 공항에서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날에는 강풍으로 인해 다음 날에야 비행기가 좀솜 공항에서 이륙했다.


 
까그베니언덕에서 바라본 토롱라패스. 정형민시민기자
까그베니 댄싱 야크 게스트하우스에서 왼쪽부터 레쓰마, 어머니, 쁘레나, 카루나(앞).
정형민시민기자


오전 8시 30분을 넘긴 시간 좀솜 공항을 나와 아침을 먹기 위해 작은 식당에 자리를 잡는다. 식당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무스탕 승려 두 분이 식사를 하고 계신다. 형제인 두 분은 무스탕 지역 최고의 탱화 화가로 일본에 초대를 받아 한 박물관에서 일본 최대 규모의 탱화를 그렸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존경스런 눈길을 보내며 두 스님의 밥값을 내겠다고 한다. 하지만 가이드가 원래 무스탕 지역에서는 식당에서 스님들께 시주로 밥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설명을 해준다. 아쉬운 마음에 어머니께서 두 스님에게 기념 사진을 부탁하신다. 작년에는 좀솜에서도 하루 머물며 고지 적응을 했지만, 이번에는 아침을 먹고 바로 까그베니(2900m)로 넘어가기로 했다.

좀솜 정류장에서 까그베니로 떠나는 버스는 하루에 두번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있다. 승객이 많지 않아 대부분 지프가 배차될 때가 많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운이 좋아 버스가 기다린다. 좁은 9인승 지프에 15명이 타고 비포장길을 달리는 것보다야 그래도 버스에 타는 게 백배 낫다! 버스가 ‘칼리 간다키강’을 따라 까그베니로 이동한다. ‘칼리 간다키 강’은 힌두교도나 불교도들이 모두 신성하게 여기는 강으로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돼 네팔을 가로질러 인도의 갠지스 강으로 흘러든다.

까그베니 정류장에 도착하니 나의 네팔 디디(누나) ‘꾼상’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까그베니에서 3일 고지 적응 훈련을 한 후, 본격적으로 무스탕 순례길에 오른다. 어머니는 도착하자마자 디디의 게스트하우스 안에 있는 작은 법당에서 부처님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 저녁 무렵, ‘레쓰마’, ‘쁘레나’, 그리고 ‘카루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니가 아이들을 꼬옥 끌어앉고 안부를 묻는다. 어머니 품에 안긴 아이들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레쓰마가 10살, 11살인 쁘레나와 8살 카루나는 자매다. 작년 가을 어머니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는데, 손녀딸 같은 천사들이다.

 
까그베니 사과 농장에서 왼쪽부터 쁘레나, 어머니, 레쓰마. 정형민시민기자


9월 22일, 내일이면 본격적으로 무스탕 트레킹을 시작한다. 오늘은 평생 말을 타 보신 적이 없는 어머니를 위해 승마 훈련을 겸해서 디디의 사과 농장까지 가보기로 했다. 우리의 무스탕 여행에 동행할 마부 ‘카말’이 말에 어머니를 태우고 앞장 선다. 디디를 비롯해서 레쓰마와 쁘레나까지 옆에서 어머니를 호위한다. 그런데 농장까지 가는 길이 무스탕 트레킹 코스보다 더 험해 보인다. 물살이 센 계곡을 몇 번이나 건너고,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서니 커다란 사과 농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저 멀리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레킹의 최고점인 토롱라 패스(5416m)가 보인다. 척박한 반사막 지형을 가진 까그베니의 골짜기에 백 그루가 넘어 보이는 사과 나무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탐스런 사과들을 품고 있다. 싱그런 바람을 맞으며 감자와 계란을 까먹고 앉아 있으니 무릉도원이 여기인가 싶다. 척박한 곳이라 그런지 이곳 사람들은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오늘 말 타는 모습을 보니 우리 어머니 전생에 적토마를 타고 적진을 누비던 관우가 아니었나 싶다.

/정형민시민기자
※다음편에서는 ‘사마르까지 3600m 고지를 넘다’가 이어집니다.

 
무스탕트레킹을 하루 앞둔 9월 22일, 무스탕 여행에 동행할 ‘카말’(왼쪽)이 생전 말을 타 본적이 없다는 어머니를 말에 태우고 사과농장으로 가고 있다. 정형민시민기자
까그베니에서 어머니의 동갑내기 친구인 최돌 구룽(오른쪽) 할머니와 함께. 정형민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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